2017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7일 시작된다.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힘이 어느 때보다 약화된 상황에서 진행되는 예산심사라는 점에서, 야당 요구를 일부 반영해 정부여당안을 미세하게 손질하는 데 그쳤던 그동안의 심사와는 양상이 다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장 7일 시작되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위와 기획재정위 회의가 ‘예산전쟁’의 본격적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는 이날부터 소위를 가동해 부처별 예산안에 대한 세부 심사를 시작하고, 기획재정위도 같은 날 전체회의에 이어 소위를 열어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등 세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시작한다. 예산안 심사는 부처별 예산안을 심사해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감액 심사’와, 여야 의견을 절충해 감액된 만큼의 예산을 늘리는 ‘증액 심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감액 심사 과정에서는 야당으로부터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된 항목들이 대폭 삭감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결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예산에 대한 전액 삭감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화체육 예산 3300억원,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관련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520억원, 차은택씨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하면서 만든 예산 1400억원 등 총 20여개 사업 5200억원을 ‘최순실표 예산’으로 규정한 상태다. 또 청년희망재단 1449억원, 진흥정보기술연구원 210억원, 창조경제혁신센터 펀드 등도 대기업에 모금을 강요해 대통령 관심 사업처럼 추진했기 때문에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쪽 입장이다. 청와대 등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와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예산 등도 삭감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벼르는 ‘법인세 인상’에 정부·여당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변수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야당의 확고한 방침인 법인세 인상에 대해 여당이 고집을 부리지 않고 양보하는 자세로 가면 생각보다 예산안 처리 과정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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