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주최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시라”라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일 박근혜 대통령의 기습적인 개각 발표가 나오자 그동안 거국중립내각 등 정치적 해결을 강조해온 야권 대선주자들의 입에서마저 ‘박 대통령 하야’ 주장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신중한 태도를 취해온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도 하야, 탄핵 등의 표현이 거침없이 제기돼 박 대통령 퇴진론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이날 가장 신속한 반응은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나왔다. 박 시장은 개각 내용이 발표된 지 30분 만에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으로서 권위와 신뢰를 잃은 박 대통령은 막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고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 각층이 모여 조직된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겠다. 평화집회가 안전하고 질서있게 진행되도록 서울시가 모든 행정편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앞서 ‘여야가 합의한 책임총리 주도의 정국수습’을 제안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하야 요구에 가세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헌정파괴 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한 뒤 “대통령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뒤에 숨어서 인사권을 행사했다.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안 전 대표는 그러면서 “(하야 요구에 따르는) 어떠한 고난과 희생도 감수하겠다. 정의를 위한 길에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야 이후의 절차와 관련해선 “헌법 규정(60일 이내 대선 실시)대로 가야 한다”는 박 시장 쪽과 달리 안 전 대표 쪽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의 압도적 민심은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 퇴진”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하야할 경우 그로 인한 국정혼란이나 공백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며 즉각 하야론과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앞으로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박 대통령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하야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탄핵·하야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언주 의원은 “대통령은 이미 하야해야 마땅한 상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탄핵 관련 법률적 요건을 갖출 수 있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탄핵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대비하자”고 제안했다.
하야·탄핵 주장과 철저히 거리를 뒀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대통령의 개각 소식을 듣고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 하야의 촛불을 유발시키게 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라고 압박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책회의’에서 “절대 다수의 국민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 요구에 당장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전 대표는 “역사에서 호위무사는 그 주군이 치명상을 입고 사경을 헤맬 때 자결로서 책임을 졌다”면서 “새누리당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한층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박 대통령 하야를 공식적으로 촉구해온 정의당은 아예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탄핵,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세영 송경화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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