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의 뜻을 밝히며 2년간 강진생활을 엮은 저서 ‘강진일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는 지금 킹도 킹메이커도 아닌, 공화국 메이커가 되겠다는 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다선 의원은 21일 정계복귀와 동시에 탈당을 선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이후 선택지가 ‘개헌을 통한 새로운 공화국 만들기’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 세력’의 구심 역할을 하면서 선거 연대를 성사시킨 뒤 자신이 직접 나서든 다른 유력주자를 후보로 내세우든, 대선 이후까지 내다보며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이란 얘기다.
‘손학규계’로 꼽히면서 안철수 전 대표와도 가까운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손학규와 안철수가 손을 잡는 것은 확실하다. 이미 두 사람은 양극단 정치세력 배제와 기득권 척결을 통한 ‘정치권 새판짜기’에 충분한 공감대가 있다. 그 경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금은 개헌에 소극적인 안 전 대표도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정계은퇴 선언 뒤 전남 강진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강진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지난 8월 강진을 방문한 안 전 대표로부터 ‘국민의당에 합류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라고 화답했다는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현상이랄까. 아직도 우리 사회에 유효하다는 생각이니까 그런 걸 다시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안 전 대표와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선택이 손 전 대표가 꿈꾸는 ‘새판짜기’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의 전략 분야를 담당해온 한 민주당 의원은 “야권의 가장 유력한 주자인 문재인이 개헌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손학규의 시선은 현재 대선 지지도가 가장 높은 반기문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내년 1월 반기문 총장이 귀국해 새누리당 친박과 거리를 두면서 개헌론에 힘을 실을 경우, 여야 모두 원심력이 커지면서 정치판은 ‘개헌 세력 대 반개헌 세력’으로 급격히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개헌’을 고리로 ‘반-손’ 또는 ‘반-안-손’이 손 잡는 시나리오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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