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의 뜻을 밝히며 2년간 강진생활을 엮은 저서 ‘강진일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 카드를 들고 정치활동을 재개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년여간의 강진 생활을 정리한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라는 책에서 자신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책의 결론부에 해당하는 마지막 장에는 지난 8월 강진을 방문한 안 전 대표로부터 ‘국민의당에 합류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라고 화답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손 전 대표는 책에서 “국민의당으로 오십시오.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을 손 전 대표에게 열겠다”는 안 전 대표의 제안을 소개한 뒤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적었다. 이어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이걸 바로 잡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겁니다. 그러니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고 전했다. 당시 안 전 대표와 독대 분위기에 대해선 “2012년 대선후보 사퇴 이후 두 번째였다”며 “그때보다 훨씬 성숙한 정치인의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고 썼다. “술을 전혀 못 하는 걸로 알았던 안 의원이 막걸리 한 잔을 마셨다”는 사실도 전했다.
개헌에 대한 야권 주자들의 반응도 소개했다. 그는 “강진 토담집을 방문한 박원순 시장에게 개헌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개헌의 가능성을 그다지 높게 보는 것 같지 않았다”고 적었다.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해선 “8월27일 더민주 전당대회 이후 대표에서 물러나면 개헌운동을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했다. 내각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개헌의 구체적 방법론과 관련해선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후에 바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우선 다음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약속하고 개헌 때까지 이를 실천하면 된다. 헌법을 바꾸기 전에라도 국회 의석수 구성에 근거해 야당과 실질적인 연정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란 견해를 밝혔다.
4·13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의 지원 요청을 거절한 사실에 대해선 “더민주가 (60년 전통을 이어온) 그 민주당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뒤 “야권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쪼개져 싸우는데 내가 어느 편을 들어야 했을까. 내가 걸어온 정치의 길은 항상 그 명분이 ‘통합'이었다. 내 이익을 위해 분열을 이용할 순 없었다”고 술회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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