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 향해 십자포화
이정현 “다시는 정부서 일 못하게”
‘북한정권 결재사태’ 규정…TF 꾸려
NLL·국가기록물 꺼내 반격한
국정원 대선개입 때 전략과 비슷
미르·우병우 악재 물타기 총공세
이정현 “다시는 정부서 일 못하게”
‘북한정권 결재사태’ 규정…TF 꾸려
NLL·국가기록물 꺼내 반격한
국정원 대선개입 때 전략과 비슷
미르·우병우 악재 물타기 총공세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봤다는 내용을 담은 ‘송민순 회고록’ 때문에 새누리당이 부쩍 바빠졌다. ‘색깔본색’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각종 악재로 궁지에 몰리다, 이번 일을 정국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친박근혜계 지도부의 노림수도 엿보인다.
새누리당은 16일에도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단식 이후 잠잠하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엔 맨 앞에 나섰다. 그는 이날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이북도민 체육대회 축사에서 “북한 당국에 물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여부를 결정한 사람들은 다시는 이 정부에서 일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에도 “공개적으로 하면 남북 공식 대화이고, 국민 모르게 했으면 내통이지 뭐냐. 이처럼 ‘상식이 없는 짓’을 한 사람들이 대선에 출마해 다시 그 방식을 이어가겠다는 것 자체가 더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2007년 당시 노무현 정부의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박명재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15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뜻에 따라 했다는 것은 종북이 아니라 종복, 즉 북한의 심부름꾼이고 하수인”이라며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 뜻에 따라 할 수도 있으니 섬뜩하다”고 거들었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안을 “대한민국을 부정한 문재인 전 대표의 ‘북한정권 결재 사태’”(염동열 대변인)라고 규정하고, 당 차원에서 1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대북 결재사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새누리당의 이런 발 빠른 움직임은 2013년 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가 수세에 몰리자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과 ‘사초실종’ 등을 내세워 방어했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노무현’과 ‘북한’을 묶어 불리한 정국을 돌파했던 전략을 3년 만에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거론하며 공세를 펴는 것도 3년 전과 닮았다. 이정현 대표는 “당시의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고, 증언도 들어보고 방법을 다 동원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면서 “이걸 북한과 상의했다면 다른 뭐가 또 있을지 모르는 일이며, 야당이 기록물 열람에 반대하면 더 심각한 게 있다는 방증”이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당 태스크포스는 17일 회의를 열어 기록물 열람과 청문회, 국정조사 추진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장기전’을 준비하는 배경엔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의혹이나 우병우 민정수석 수사결과 발표 등 곧 닥쳐올 악재들을 희석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최소한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 셈이다. 이 대표 등 친박 핵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교감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회고록 내용이 처음 보도된 지난 14일 아침 당 최고위원회에서는 별다른 비판이 없다가 낮 국정감사에서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국기를 흔들 문제”라고 일갈한 뒤 당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대북결재 사건 티에프’ 회의를 열어, 티에프팀장인 박맹우 의원의 비공개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림 정책위의장, 박 의원, 이 대표, 박명재 사무총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