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9월5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공동으로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우상호(더민주), 박지원(국민의당),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국회에서 만나 해임건의안 공동 제출에 합의한 뒤 손을 맞잡은 모습. 하지만 이날 합의 뒤 국민의당은 당내 이견을 이유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공동으로 제출하기를 거부해, “야권 공조 약속 파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민의당이 ‘자유표결’로 동참한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 선언으로 무력화됐다. 야3당은 4·13 총선으로 이뤄진 ‘여소야대’ 구도에서도 뚜렷하게 얻어낸 성과가 없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이 만들어진 뒤 야권은 줄곧 타협과 대화의 정치를 약속해왔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협치는 동시에 덫이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일방독주 속에서도 더민주가 투쟁보다 타협을 우선시하자 일부 지지자들에게선 “강한 야당을 보여달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여소야대를 만들어줬는데도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 문제 등에서 뾰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는 야3당의 공조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켜 야권의 힘을 확인한 뒤 역설적으로 더 커졌다. 국회를 통과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박근혜 대통령이 단박에 거부했는데도 상황이 흐지부지되자, 더민주의 일부 의원들은 “점잖게 대응해서는 안된다. 청와대 농성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민주의 고민은 집권 여당에 협치의 의지가 없는 데다, 국민의당이라는 제3의 변수까지 있다는 데 있다. 당내의 한 관계자는 “여야 3당이 협의에 성공해도 여당이 청와대의 말을 듣고 입장을 뒤집을 때가 많다. 게다가 겉은 ‘여소야대’지만 실제로는 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 3당체제라는 산식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한 초선 의원은 “야당에게도 효과적인 투쟁을 못했다는 책임이 있겠지만 여당이 안 보이고 청와대가 국회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적다”고 토로했다.
거대 양당의 틈새에서 윤활유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당도 고민이 깊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9월 정기국회 개회사로 촉발된 여야 대치상황 등에서 국민의당은 중재안을 내며 얽힌 매듭을 풀어왔다. 하지만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해임안 공동제출에 합의했다가 파기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자 호남 민심은 싸늘하게 반응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우리가 국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고 할수록, 텃밭 여론은 식어가는 딜레마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산정국에서 칼자루를 쥔 야권의 힘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붙잡아야 할 야당이 여당에 맞서 장외투쟁을 벌이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20대 국회 출범 뒤 정부가 묵살해온 야당의 입장을 예산 심의·처리 과정에서 관철해야 여소야대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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