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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한식문화체험관’은 사실상 ‘차은택 체험관’

등록 2016-10-05 19:07수정 2016-10-06 13:55

청와대 비서관 지시로 계획 변경
문화융합본부서 ‘셀프’로 계획 확정
정부, 하루만에 20억 예산 증액
관광공사, 차씨 작품 설치 지시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한국관광공사가 한식문화체험관 등 문화창조벤처단지를 조성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씨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씨가 2015년 밀라노 엑스포에 전시했던 작품들을 다시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차씨가 한식문화체험관 사업을 맡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작품까지 재활용한 것이다. 야당은 관광공사의 한식문화체험관 사업이 ‘차은택에 의한, 차은택을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한겨레>에 공개한 관광공사 내부 문건을 보면,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지난 7월2일 관광공사가 추진중이던 한식문화체험시설에 ‘콘셉트 변경’을 지시했다. 관광공사는 당초 한식을 비롯한 다양한 한류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을 조성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을 유치할 생각이었지만, 청와대 지시에 따라 ‘한식’을 단일 주제로 한 공간을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관광공사에 계획 변경을 지시한 청와대 비서관은 차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당시 교육문화수석 밑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청와대가 지시를 내린 지 한달 뒤인 지난해 8월5일 차씨는 자신이 본부장을 맡고 있던 문화융합본부를 통해 관광공사 3~5층에 한식문화를 단일 테마로 하는 체험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다시 한 달 뒤인 9월2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했다. 문체부는 이틀 뒤 한식문화체험 시설 조성 명목으로 20억원의 예산 증액을 요청했고, 기재부는 하루 만인 9월25일 곧장 증액안을 승인해줬다.

이와 동시에 관광공사는 이 한식문화체험관에 차씨가 주관했던 밀라노 엑스포의 전시물들을 설치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관광공사가 작성한 ‘문화창조벤처단지 케이(K)-스타일 허브 한식문화시설 조성 용역사업 과업내용서’를 보면,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에서 사용한 콘텐츠(영상 등)·설비 등의 활용 방안을 검토해, 발주처가 요구할 경우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차씨의 작품을 전시관에 설치하라고 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두달 뒤인 지난해 11월 관광공사가 발주한 18억9천만원짜리 프로젝트인 한식문화시설 조성 용역을 따낸 건, 전시전문업체 시공테크였다. 시공테크를 용역 수행 사업자로 선정하는 심사에는 김동희 한식재단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시공테크는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운영을 맡았던 업체이고, 한식재단은 당시 엑스포에서 한식관을 운영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씨와 관광공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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