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경선 시기 및 룰 문제와 관련해 유연해진 태도를 보였다. 추 대표는 그동안 ‘대통령 선거일 6개월 전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당헌·당규를 근거로 내년 상반기 중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추 대표는 2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로서 당헌·당규 준수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경선주자들끼리 합의하면 경선 시기와 룰을 조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 관리자로서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본선 승리를 위해선 공정성보다 역동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성에 시비가 붙으면 역동성도 안 만들어진다. 당 대표로서 사람 만나는 일정 하나 짤 때도 대선주자들을 고루 배려하고 있다.”
-‘친문(재인)’이라 불리는 세력의 도움으로 당 대표가 됐다. 부채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텐데.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부채가 있을 뿐이다. 나한테 한 표 줬다고 그걸 빚으로 여기는 사람 아니다.”
-경선 시기·룰과 관련한 현행 당헌·당규가 후발 주자들에게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자꾸 내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한) 조기 경선을 주장한다고 시비를 하는데, 내가 (대선일 6개월 전까지 후보를 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당헌·당규에 따른 ‘준법 경선’이다. 당 대표 처지에선 그러는 게 당연하다. 중요한 건 경선주자들끼리의 합의다. 모여서 얼마든지 시기와 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시기 조정은 물론, 결선투표나 개방형 국민경선 도입도 가능하다는 얘긴가?
“역동성 측면에서 고려할 만하다고 후보자들이 판단한다면, 당 대표로서 거기에 대한 수용성을 항상 갖고 있다.”
-대선이 3자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내가 정치인들 야심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당의 울타리를 넓게 쳐서 양자구도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할 거다. 원외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이해찬 전 총리 복당 등 최근 성과를 거둔 통합 행보도 그 일환이다.”
-정작 정계복귀를 앞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당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돈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햇빛을 보면 시야가 잠시 깜깜해진다. 정계은퇴 뒤 오랜 침묵의 시간을 가진 분께 갑자기 플래시 들이대며 동서남북 알아맞히라고 재촉해선 안 된다. 그분이 당과 당원을 믿고 돌아오도록 분위기를 만들겠다.”
-그동안 손 전 고문과 만나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성사가 안 됐다.
“누구누구처럼 이벤트 치르듯 하고 싶지 않다. 편하게 해드리면서 ‘내 철학과 신념을 온전히 잘 풀어낼 수 있는 곳이 더민주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분위기를 만들겠다.”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이 알려졌을 때 ‘추미애가 또 잔다르크병 도졌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하. 진의가 알려지지 않아서 그랬을 거다. 민주주의를 요구한 것밖에 없는 광주시민을 짓밟은 당신의 죄과가 얼마나 큰지, 그것을 알고 인정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지도부의 반대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거둬들였다.”
-추석 전 여야 대표들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느낌이 어땠나?
“누가 왜곡되게 주입시키는지 현실 인식이 경직돼 있다. 대통령이 ‘왜 노동법 안 고쳐주세요?’ 묻길래 ‘좀 전에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 했더니, ‘그래서 비정규직은 빼고 일자리 늘리는 데 필요한 파견업 중심으로 법안을 고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더라. 파견직이 비정규직이란 걸 모르는 거다. 더 자주 만나 이해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국민의당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공조 약속을 파기했다.
“총선 민의를 벌써 까먹은 거다. 당을 유지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호남이 그걸 가만 두겠나. ‘떡고물 주워먹으라고 너희들(국민의당) 찍어준 줄 아느냐’는 게 호남 민심이다.”
-더민주도 호남 지지율이 좋지 않다. 당 일각에선 호남에서 잃은 만큼 영남에서 찾아오면 된다고 한다.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정치하면서 가장 분노했던 얘기가 ‘호남에서 표 떨어지는 소리 들려야 다른 데서 표 얻는다’는 말이다. 2003년 열린우리당 안 가고 민주당에 남은 것도 그 말에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 호남의 역사성을 무시하는 소리다.”
이세영 윤형중 기자
monad@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34_‘친구 없는 사람’의 ‘동네 친구’, 최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