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가운데)이 20일 오후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 들어서며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강진/연합뉴스
“다산의 개혁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 데 저 손학규를 던지고자 한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년 남짓 머물렀던 전남 강진에서 ‘고별강연’을 했다. 20일 오후 강진군이 강진아트홀에서 마련한 강진다산강좌를 통해서다. 1시간 남짓 이어진 그의 강연은 출병을 앞둔 장수의 출사표처럼 비장함이 가득했다. 손 전 고문은 “민생과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갈등과 위기는 해방 이후 쌓여온 분단체제와 기득권 구조의 모순과 적폐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정권교체는 물론 분단체제와 기득권 위주의 지배체제를 개혁하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계복귀를 한층 명확히 예고하는 발언도 나왔다. 그는 “다산(정약용)이 부족한 제게 꾸지람반 격려반으로 대한민국의 근본개혁에 대해 더 고민하도록 부추겨주셨다. 근력이 남아있다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할 기회를 찾겠다”고 했다. 강연장을 메운 1000여명의 지지자들은 ‘대통령 손학규’를 연호했다.
정계 복귀 뒤 거취와 관련해선 직접적 언급을 피했지만 “시대전환을 준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새 정치질서를 만드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절박한 과제”라며 기존 정당질서에는 몸담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국민이 최종적 감시자와 심판자가 되어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기존 정당의 바깥에서 시민정치운동을 발판으로 대선에 도전하려는 수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다음달초 강진 만덕산 자락의 흙집 살림을 정리하고 서울 구기동 집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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