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오전 제주 돌문화공원에서 강연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내년 대선에서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단일화에 선을 긋고 나섰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간절함을 받아들이면서 노력하다 보면 통합이든 단일화든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맞섰다. 2012년 대선 때 야권의 최대 화두였던 ‘단일화 논쟁’이 이번엔 대선 1년 전부터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제주 조천읍 돌문화공원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갑시다’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양극단 기득권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후퇴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절반도 안 되는 국민만 데리고 국가를 이끌 것이고 어떤 문제도 합의하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된다. 국가는 더 불행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합리적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내년 대선에서 양극단 세력과 단일화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경쟁했던 2012년 대선을 “양극단 간의 대결”로 정의하고, “내년 대선은 ‘양극단’ 대 ‘합리적 개혁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양극단’, 자신은 ‘합리적 개혁세력’으로 규정한 것으로, 이날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없다”는 발언은 문 전 대표와의 단일화엔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양극단 기득권 세력에 더민주도 포함되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 “양극단 ‘당’이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답해, 더민주 소속이라고 해도 문 전 대표가 아닌 다른 후보와는 연대가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오선동 광주그린카진흥원을 찾아 전기차 운전석에 오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반면 이날 광주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는 숙명적 과제”라고 ‘응답’했다. 4·13 총선 뒤 8번째로 호남행에 나선 문 전 대표는 기자들이 안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묻자 “정치인들의 생각이야 다 다를 수 있지만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제는 좀 정권이 바뀌어야겠다, 그래서 세상이 좀 달라져야겠다, 지금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고달픈데 희망을 주는 정부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국민의 간절함을 받아들이면서 노력하다 보면 통합이든 단일화든 다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는 당이나 개인 정치인을 뛰어넘는 이 시대의 우리가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의 ‘단일화’ 발언이 알려지자, 안 전 대표는 “지금은 정권교체를 넘어 체제교체가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야권 다른 주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7박9일 일정으로 미국·캐나다를 방문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현지시각) 캐나다 몬트리올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인권이 필요했던 시대에는 인권 변호사로, 시민의 참여와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때에는 ‘참여연대’를 통해서, 나눔과 통합이 필요한 시대에는 ‘아름다운재단’으로,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에는 ‘희망제작소’를 만들어 정책적 성과를 냈다”고 본인을 소개하며 “이런 일들을 목격하고 경험한 나로선 (이런 뜻을) 펼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국민의 시간표는 아직 움직이지 않는데 (대선) 후보자들이 자기 시간표에 따라 시대에 대한 고민과 비전도 없이 자가발전하는 것은 시대의 엄중함과 국민의 절망 상황에 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선 도전 뜻을 이미 밝힌 다른 주자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전날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는 박 시장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500여명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하는 ‘희망새물결’이 출범해 ‘박원순 세력 다지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지난 8일 전남 강진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지도부가 8월 전당대회를 통해 각각 ‘친박(근혜)계’와 ‘친문(재인)계’ 중심으로 재편된 와중에, 손 전 고문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정 의장과 ‘제3지대’에 대한 교감을 나누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송경화 이정애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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