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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회의장이 ‘우병우’ 비판했다고…추경까지 미룬 새누리

등록 2016-09-01 20:27수정 2016-09-01 22:49

정세균 “현직 유지한채 수사받아
국민들이 이해하겠나” 쓴소리
“내부소통 없어” 사드 배치도 비판
새누리 퇴장…“좌파 시민단체나 할 주장”
정진석 “사과하면 일정 거부” 강경
“사과 안 할 거면 심재철 부의장에 사회권 넘기라” 요구도
정 의장 사과·사회권 위임 거부…“현안 처리를”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회사를 통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고위공직자 전담 특별수사기관 신설 법안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와 국회의장의 중립의무 위반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회사를 통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고위공직자 전담 특별수사기관 신설 법안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와 국회의장의 중립의무 위반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 1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 등을 담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반발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도중에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는 파행이 빚어졌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 의장의 사과가 없으면 앞으로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하루가 급하다”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다그쳐왔으나, 이날 정 의장의 발언을 빌미 삼아 스스로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감으로써 추경안 처리는 또다시 미뤄졌다.

이날 오후 2시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민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들어주기 바란다”며 운을 떼자 본회의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 의장은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논란은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하다. 검찰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당사자가 그 직을 유치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의 우병우 감싸기를 에둘러 비판한 뒤, 여야 간 의견이 갈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정기국회에서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서 우리 내부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고함을 지르며 모두 퇴장했다. 정 의장의 개회사 뒤 본회의 진행은 멈췄고, 추경예산안 처리도 공중에 떴다.

긴급 의원총회를 연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이 좌파 시민단체나 할 법한 개회사로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국회법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했다”며 정 의장을 비난했다. 이정현 대표는 “정 의장이 파장을 예상하면서도 발언을 한 데는 정치적 의도와 당리당략이 있다. 박근혜 정부를 식물정부로 만들려는 계산된 도발”이라며 “중증의 대권병이 아니고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이런 도발은 있을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현재는 무소속)인 정 의장의 ‘당파성’을 파고든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장의 사과와 후속 조처가 마련되지 않으면 20대 국회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국회의장 징계 규정을 담은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여섯째) 등 의원들이 1일 오후 국회 중앙홀 계단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문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여섯째) 등 의원들이 1일 오후 국회 중앙홀 계단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문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당의 반발은 일차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한 의사진행’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추경예산안 심사·합의 과정에서 번번이 코너에 몰리며 ‘여소야대’를 실감한 새누리당이 정기국회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된 파행’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의총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기서 대충 넘어가면 20대 국회에서 계속 발목 잡힐 것”이라며 강공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이 국회의장 발언을 문제 삼아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거부)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오히려 “추경 통과를 위해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새누리당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정 의장이 당대 최고의 개회사를 했다. 야당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국회 연설을 문제 삼아 퇴장한 적이 없다”며 새누리당을 꼬집었다.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 의장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으나, 정 의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의장은 이날 저녁 “새누리당 지도부에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현안에 대한 입장을 사심 없이 얘기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대변인실을 통해 밝혔다. 정 의장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은 민생”이라며 “개회사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추후 논의하더라도 이와는 별개로 추경 등 시급한 현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참석을 여야 의원님들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밤 정 의장을 거듭 찾아가 “사과를 하고 본회의 사회를 보거나, 그게 싫다면 심재철 국회부의장(새누리당 소속)에게 본회의 사회권을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정 의장은 역시 이를 거부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정도면 어떻겠느냐”고 했고, 정 원내대표는 “그걸로 안 된다. 유감 표시를 해달라”고 맞섰다고 정 원내대표가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밤 기자들에게 “정 의장은 2일 오전이라도 사회권을 넘겨 추경안과 대법관(김재형)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도록 해달라”고 거듭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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