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시이오(CEO) 조찬 간담회에서 특강을 하기 위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강연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대혁명 때 루이16세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런 사태가 올 것을 10년 전부터 예견했는데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드디어 왔다’고. 지금 우리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2일 기업인들 앞에서 ‘경제민주화’ 특강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강연에는 박용만 상의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등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경제민주화의 주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재벌기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김 대표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여러분들은 기업을 하면서 겪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 불편을 해소해주면 다른 사람이 거기서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다. 헌법에 여러 규정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규제·조정하는) 제도가 없으면 안 된다.”
김 대표는 1980~90년대 일본 경제의 사례를 들면서 ‘시장 만능주의’가 지닌 맹점을 꼬집기도 했다.
“1980년대 일본경제가 승승장구할 때 ‘정치란 건 필요 없다. 기업이 다 할 수 있는데 정치가 오히려 방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1993년 이후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지니 어떤 얘기가 나오나. 제대로 된 정치지도자가 없어 오늘날 이런 상황이 왔다고 한다. 사회 전반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없어선 안 되는 게 정치다.”
기업인들이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갖는 ‘노동자 경영 참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브렉시트 이후 새롭게 등장한 테레사 메이 수상이 영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한다”고 운을 뗀 뒤 “근로자 대표를 기업경영이사회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인데, 어느 나라나 자기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을 들은 기업인 가운데는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는 이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경제민주화의 취지에 대해선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경제합리화나 효율화, 선진화 같은 좋은 말도 있는데, 민주화란 용어 때문에 경제인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이라고 항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언니가보고있다 #32_박용진, 민노당 대변인에서 김종인 비서실장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