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새누리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한 오찬에서 이정현 신임 대표(왼쪽)가 인사말 하는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이정현 대표를 따로 불러 25분간 독대를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잠깐 대화를 나누자고 해서 25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오찬 회동에서 나왔던) 정책 현안, 국정, 민생, 당 운영 복안 등에 대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지난 2004년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이 대표를 당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대표는 최근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저를 발탁해 주신 박 대통령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그런 두 사람이 12년 만에 대통령과 당 대표로 단 둘이 마주한 것이다.
이 대표는 독대 자리에서 나눈 구체적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예정보다 긴 1시간50분간 최고위원들과 국정 전반에 걸쳐 대화를 나눈 만큼, 독대에서는 개각과 주요 당직 인선 등과 관련해 좀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는 “우병우의 ‘우’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독대 자리에선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우 수석 거취를 거론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언론에 한다, 안 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었다. 당내에서 제기되는 개각 요구와 관련해 그 대상과 후임자를 놓고 의견을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통령 관심법안 처리와 관련한 ‘특명’이 내려졌을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자주 연락 드리겠다’고 했더니 대통령께서 ‘알았다’며 기꺼이 답변을 주셨다. 중요한 결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 회동과 독대는 비박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했던 2년 전과 비교된다. 당시 전당대회 이튿날인 2014년 7월15일 김무성 대표 등과 박 대통령의 오찬 회동이 있었는데, 당 지도부는 “최근 대통령 인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며 청와대의 인사 실패, 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 등을 거론했다. 당시에도 박 대통령이 김 전 대표에게 따로 대화를 요청해 독대가 이뤄졌지만, 그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대화의 밀도도 떨어졌다. 오찬 회동이 있던 날 청와대는 당시 사퇴 여론이 비등했던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황우여 의원을 새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전 대표는 대통령과 점심을 함께 하고 독대까지 했는데도 불과 몇시간 뒤 이뤄진 인사에 관한 사전 설명을 듣지 못하고 돌아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