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나?”
공식 회의석상에서 좀처럼 격한 표현을 하지 않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한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의 중국 방문을 비난한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정쟁을 유발하는 일을 다시 또 시작하셨다”며 “야당 의원들을 매국노, 사대주의, 북한 동조세력으로 만드는 식의 발언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사신 역할을 해야 하나. 한번 더 이런 식의 접근이 있다면 국회 차원에서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경고한다”며 “(대통령은) 사과하시라”고 요구했다.
우 원내대표의 강경 발언은 방중 논란과 관련한 해명과 반박을 당사자와 대변인단에만 맡겨둘 경우 사드 논란을 ‘이념 논쟁’으로 끌고가려는 청와대 쪽 의도에 속수무책으로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당장 운영위를 소집해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를 다루자. 대통령이 국민통합보다 갈등, 국론분열의 길을 가시겠다면 야당은 야당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방중 논란에 말을 아껴온 문재인 전 대표도 당 차원의 반격에 가세했다.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국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사드 문제로 중국과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인데, 도리어 노력하는 야당 의원들을 비난부터 하니 참 한심한 정부”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야당 때리기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 배치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지켜낼 최소한의 방어조치이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대안없이 비판과 갈등으로 국민을 반목시키는 것은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기로 내모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지금 이순간까지도 끊임없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안보 문제마저도 찬반의 논리에 갇혀있고, 각기 다른 이념과 정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정부는 온 힘을 다해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달려있는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을 이용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영 최혜정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