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최고위원 모두 친박에 뺏긴다는 위기감
주호영 “단일화 고려 않겠다” 발언에 우려 커져
주호영 “단일화 고려 않겠다” 발언에 우려 커져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비박계 안에서 후보 단일화 비상이 걸렸다. 여론조사에서 친박계 강세가 나타나는 데다, 비박계 당대표 출마자인 주호영 의원이 정병국 의원과의 단일화에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3선을 주축으로 한 비박계 의원들은 2일 서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반드시 비박 후보가 단일화해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당대표는 물론 최고위원도 모두 친박계에게 빼앗기게 생겼다. 당대표라도 승리하려면 정병국·주호영 의원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라며 “이런 뜻을 두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이 취지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의원은 “당연히 단일화를 해야한다”고 말했고, 주 의원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의 위기 의식을 키운 것은 주 의원의 발언이었다. 주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당원의 선택을 받을 결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계파 대결 구도로 갈 때는 차선의 선택을 위한 길을 열어두고 있다”던 태도에서 부정적인 쪽으로 옮겨간 셈이다.
여기에 친박계 이정현 의원의 강세도 비박계를 자극하고 있다. 보수여당 첫 호남 대표론을 내세우는 이정현 의원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내일신문>의 최근 조사에서 이 의원은 13.7%를 기록하며 2위인 정병국 의원(7.7%)을 갑절 가량 앞섰다. 당내에서는 “친박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인 이 의원을 밀 것”이란 말이 많다.
단일화 시한은 촉박하다. 9일 실시되는 서울 잠실에서의 대의원 투표에 앞서 실제 판을 결정짓는 수십만 당원들의 사전투표일은 7일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늦어도 5일엔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6일엔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은 통화에서 “나는 중립 후보라 단일화는 명분에 맞지 않다”면서도 “여러 비박계 의원들에게 단일화 권유를 받고 있다. 고민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성연철 김남일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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