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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친박-비박 패권 공방 팽팽…잦아든 ‘박근혜 마케팅’

등록 2016-07-31 21:27수정 2016-07-31 22:15

새누리당 8·9전당대회 영남권 첫 합동연설회
정병국 “친박의 역할, 이제 끝”
주호영 “이정현·이주영 책임져야”
한선교 “정권재창출”
이주영 “계파 싸움 없애겠다”
이정현 “정부 감시·견제”
친박 쪽 지지자들 이정현에 박수 ‘눈길’
“어차피 대선 관리하는 거니까….”

31일 오후 1시 경남 창원체육관 근처 중국집. 한낮 34도까지 올라간 더위를 피해 들어온 60대 경상도 남자 7명이 맥주를 겸해 짜장면을 먹으며 새누리당 당권 주자 품평회 판을 벌였다. “이정현이는 (사람들이) 반발만 덜 해도 말야…”, “이주영이는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은데…”, “나도 야당 기질이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만은 여당이 돼야 해”. 노란 단무지 그릇 옆에는 한 최고위원 후보자 캠프에서 나눠준 빨간색 종이모자가 쌓여 있었다.

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단상 위에 올라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현·이주영·정병국·한선교·주호영 후보. 창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단상 위에 올라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현·이주영·정병국·한선교·주호영 후보. 창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날 오후 2시 창원체육관에서는 당원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영남권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영남은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전체 선거인단의 45%, 책임당원의 80%가 포진한 가장 큰 표밭이다. 대표 후보 5명, 최고위원 후보 8명, 청년최고위원 후보 3명이 함께하는 첫 연설회인 만큼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 간 기싸움이 치열했다.

당 지도부의 모두발언과 최고위원 후보들의 연설이 끝나고 오후 3시50분 당대표 후보 5명의 연설이 시작되자, ‘친박(친박근혜) 패권’을 둘러싼 후보 간 공방이 팽팽하게 오갔다. 비박근혜계인 정병국 후보는 준비한 원고 대신 “우리가 만든 박근혜 대통령을 ‘친박 대통령’, ‘진박 대통령’으로 옹색하게 만들었다. 이제 친박의 역할은 끝났다”며 친박 당권 주자들을 겨냥했다. 유일한 대구·경북지역 당권 주자인 주호영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영남에서만 17석을 잃었다. 누구 책임이냐”고 묻자 관중석에서 “친박”이라는 고함소리가 튀어나왔다. 주 후보는 “당원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무지막지한 공천권을 휘두른 친박 세력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친박계인 이정현·이주영 후보를 직접 언급하며 “정부 불통”, “세월호 사건 이후 국정 동력 상실”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친박계 2선 후퇴”를 강력하게 요구해온 한선교 후보는 이날 공격적 발언은 자제한 채 “정권 재창출”만을 강조했다.

창원이 지역구인 이주영 후보는 특히 체육관 중앙 관중석 대부분을 지지자들로 채우며 홈그라운드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 친박 패권을 비판하다가 최근 다시 친박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 후보는 “분열과 대결의 정치, 누가 누구를 낙인찍느냐”며 “계파 싸움을 완벽하게 없애겠다. 화합과 포용의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호남이 지역구인 이정현 후보는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던지는 퍼포먼스를 하며 영남권 당원들에게 “22년간 호남에서 선거 치르며 서러웠다. ‘이정현’을 한번 연호해 달라”며 박수를 이끌어냈다. 또 대통령 복심이라는 평가를 의식한 듯 “당대표가 되면 정부를 제대로 감시·견제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조원진·이장우 의원 등 친박계 최고위원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당 관계자는 “친박 쪽의 당대표 후보 정리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후보들은 최대 표밭인 영남지역과 자신의 ‘깨알 인연’까지 소개하며 한 표를 부탁했다 “경상도의 사위”, “경북의 며느리”, “마산에서 군 생활”, “창원에서 첫 직장 생활”, “처가가 통영”이라는 말들에 박수가 쏟아졌다. 2년 전 전당대회가 ‘박근혜 마케팅’ 일색으로 치러진 반면, 이날 합동연설회는 영남권에서 열렸는데도 박 대통령을 언급하는 빈도는 비교적 낮았다.

이날 창원체육관 주변에서는 마치 아이돌 합동콘서트장인 양 각 후보 지지자들이 모여 오전부터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전국 각지의 번호판을 단 관광버스들을 타고 온 지지자들은 뙤약볕에도 플래카드와 피켓, 응원 풍선을 흔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당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전에서 왔다는 김옥호(49)씨는 “지난 총선이 계파 때문에 참패했으니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사람은 찍지 않겠다. 남은 연설회 내용까지 본 뒤 정책 비전과 희망을 주는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당 책임당원인 전아무개씨는 “계파 갈등은 심한 게 문제지 없을 수는 없다. 대통령을 밀어주고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경남지역 당원인 이아무개(51)씨는 “친박, 비박이 아닌 당 화합을 이룰 중도를 찍겠다”고 했다.

창원/김남일 이경미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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