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예정지역인 경북 성주군 주민들이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을 하는 모습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비는 마음이 둘째라면 서러워 할 이완영, 정부에 쓴소리하겠습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잘못된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친박계 이완영 의원이 19일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서서 정부를 비판했다.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상경한 성주 군민 30여명이 오전부터 정부를 상대로 한 사드 관련 현안질문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질문자로 나선 이완영 의원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과정을 캐물었다. 이 의원은 “일본 아오모리현과 교토에서는 주민설명회를 9차례, 12차례나 했는데 우리는 불과 6일 만에 지역 결정을 끝냈다”며 “무조건 정부가 발표하면 경북, 성주 군민은 따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표한 거냐”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사전 설명과 이해, 양해를 얻는 게 중요한 것을 알지만 이번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드 레이더를 24시간 돌리는 게 아니라서 피해가 적다고 답변했는데, 진실을 말하라’는 이 의원의 질문에 한 장관이 “전혀 거짓말이 아니다”고 답하자 방청석에 있던 성주 군민들이 ‘폭발’했다. 한 군민은 “도저히 못 보겠다”며 방청석을 나갔고, 다른 이는 “저게 답이라고 하는 얘기냐”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군민들은 “나가자”며 우르르 방청석을 떴다.
본회의장 밖 중앙홀로 자리를 옮긴 주민들은 이완영 의원에게 “새누리당 텃밭으로 전부 다 찍어놨더니 이런 식으로(하냐)!”, “대통령에게 철회하라고 건의하라”고 외쳤다. 성주 인근에 지역구를 둔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경북 김천)은 이들에게 “경북은 나라를 제일 열심히 지키는 지역이다. 그런데 충분히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난 다음에 배치해야 한다고 했는데 무엇에 쫓기듯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성주 군민들이 “김천으로 가면 받아들이겠냐”고 묻자 이철우 의원은 “그런 얘기 하려 온 게 아니고, 고생하시니까 왔다”며 자리를 떴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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