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드 배치 관련 비공개 의원간담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토론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의원간담회를 열어 한·미 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국내 배치 합의와 관련한 당론 조율을 시도했으나 뚜렷한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당 안팎의 관심은 문재인·박원순·안희정·김부겸 등 더민주 소속 대선주자들의 입에 쏠리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개인 논평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26일간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지난 9일 귀국한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참모진으로부터 사드 논란과 관련한 당내 상황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문 전 대표 쪽 관계자는 “현역 의원 등 조언자 그룹의 의견을 수렴했더니, ‘첨예한 현안이니 대선주자로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가 ‘당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당내 논의에 맡겨두자’는 의견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19대 국회 시절 문 전 대표의 상임위 질의 내용을 언급하며 “입장 표명을 하더라도 당시 기조와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월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 결정 이런 것들이 중국·러시아를 자극해서 오히려 (남북관계를) 더 어렵게 만든 것 아니냐”고 묻는 등 사드 배치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13일 귀국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사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정무라인 고위관계자는 “이 문제에 침묵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박 시장 나름의 생각이 있지만,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듣고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박 시장 주변에선 ‘현직 시장이 외교·안보 문제에 개입하는 모양으로 비쳐선 곤란하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지역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는 정도의 입장 표명은 할 수 있지 않으냐는 의견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치적 숙의’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안 지사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국제 역학구도에서 한반도가 분쟁의 공간이 되지 않게 갈등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은 사드 배치를 두고 찬반 토론을 할 수 있지만, 지도자들은 좀더 책임있는 숙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완곡한 반대론이다.
김부겸 의원은 11일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북핵 문제의 해결도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의사를 밝힐 수 있지만, 당은 성급하게 찬반을 밝히기보다 내용과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신중하게 의견을 모아가는 게 좋다”며 ‘투트랙 접근’을 주문했다.
이날 오전 우상호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비공개 의원간담회에서는 사드 배치에 당론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신중론보다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간담회 논의 내용을 토대로 비대위에서 다시 한번 토론을 진행한 뒤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 사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당내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세부 사항은 비대위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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