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EBS지부 “방송 독립성 규정한 방송법 위반”
김진혁 교수 “엄연히 독립된 공사인데 무식한 소리”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
“그 무슨 프라임, 다큐프라임을 지들 마음대로 만들고 있어요. 좌파의 잘못된 사관을 아이들한테 무자비하게 집어넣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EBS는 교육부 통제 하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통제를 못하고 있으니까.”
친박계 4선인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병)이 공영방송인 <교육방송>(EBS)을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 교육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의원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EBS가 어디에서도 간섭을 받지 않고 있는 매체가 되고 있다. 그것이 청소년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교육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다그쳤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홍정배)는 30일 성명을 내어 한선교 의원의 발언이 ‘기념비적인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발언은 공영방송인 EBS를 국영방송으로 만들자는 것인데, 19대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까지 역임했던 사람이 두 개념의 차이를 모를수는 없다. 모르고 한 말이라면 국회의원 자질 측면에서 심각한 일이지만, 알면서도 그런 말을 했다면 방송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공영방송 EBS를 흔들려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앞서 김진혁 전 EBS 피디(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한 의원 주장에 대해 ‘무식한 소리’라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EBS는 엄연히 독립된 공사인데 교육부에게 통제하라고 하는 건 무슨 무식한 소리요?”라며 “엄한 EBS 잡지 말고 친일 국정교과서나 만드는 반 교육적인 정부나 잘 감시하시오”라고 전했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캡처 화면.
한 의원의 발언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적극 추진한 자유경제원에 이어 새누리당도 EBS 옥죄기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재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설립한 자유경제원은 지난달 EBS가 방영한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편에 대해 “민주주의를 왜곡했다”며 EBS에 사과를 촉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다섯 차례 방영된 다큐멘터리 <민주주의>는 노엄 촘스키, 토마 피케티, 아담 셰보르스키, 존 던, 리처드 프리먼 등 세계적 석학들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으로만 이해돼온 민주주의가 자원 배분을 위한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론노조 EBS지부 등이 간접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보수단체들이 움직이자 서남수 EBS이사장은 6월 중순 이사회 간담회 자리에서 ‘담당 PD가 자신의 편향된 이념을 프로그램에 투영시키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이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디스팩트 시즌3#9_남들은 알려주지 않는 브렉시트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