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선진화법’ 셈법
국민의당, 캐스팅보트 역할 축소…행동반경 큰 제약
국민의당, 캐스팅보트 역할 축소…행동반경 큰 제약
국회선진화법은 ‘대결적 양당구도’의 산물이다. 제1당이 직권상정 절차를 이용해 쟁점법안 처리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과 장외투쟁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법을 ‘몸싸움 방지법’이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의회정치가 정상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존재 이유가 없는 법인 셈이다.
헌법재판소가 26일 선진화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권의 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은 당분간 탄력을 받기 어려워졌다. 20대 국회에서도 선진화법이 규정한 쟁점법안의 본회의 상정요건(일명 ‘패스트트랙’·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이 유지되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어떤 법안도 본회의 상정이 어렵다. 38석을 가진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1·2당 가운데 한 곳과 손을 잡더라도 의석 분포상 선진화법의 문턱인 60%선(180석)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122석), 친여 무소속(7석)과 손잡아도 의석수는 167석에 그친다. 국민의당이 더민주(123석)와 정의당(6석), 친야 무소속(4석) 모두와 제휴해도 60%선에는 9석이 모자란다. 1·2당인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어떤 짝짓기 조합으로도 선진화법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더민주 관계자는 “선진화법의 5분의 3 다수결 조항이 살아있는 한, 4·13 총선을 통해 이뤄진 여소야대라는 상황 반전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선진화법 존치로 인한 이득이 상대적으로 큰 쪽은 새누리당이다. 자신들이 버티는 한 어떤 안건도 본회의 상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야 3당이 벼르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선 막아야 할 법안보다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19대 국회 때 정국 경색을 가져온 법안들 대부분이 청와대가 처리를 독려한 ‘대통령 관심 법안’이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새누리당 처지에선 국민의당의 협조를 얻는다 해도 더민주가 버티면 사실상 여당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선진화법으로 인해 행동반경에 가장 큰 제약을 받는 쪽은 국민의당이다. 1·2당이 현안을 두고 첨예하게 맞설 경우, 3당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대 국회의 성패는 이전 국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입법 자율성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하느냐, 원내 1당인 더민주 지도부가 핵심 지지층과 당내 강경세력의 입김으로부터 얼마나 협상 재량권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데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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