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오전 국회 접견실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오는 29일 임기가 끝나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개정된 국회법(청문회 활성화법)을 반대하는 청와대·여당에 대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퇴임 이후 중도보수가 중심이 되는 정치세력을 키우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의화 의장은 25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여당이 최근 통과된 청문회 활성화법이 위헌이라며 반발하는 데 대해 “국민은 정부를 제대로 감독하는 국회를 원하고 이는 헌법 61조에 규정된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행정부가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을 (이 법으로 인해) ‘귀찮고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과거 일부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며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도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은 국회 운영에 관한 일은 국회에 맡기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소 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해왔던 정 의장은 이날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좀 더 탕평인사를 하면 좋았겠다. 소통에도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총선 과정의 ‘막장 공천’ 등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에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했던 그는 이날도 “새누리당이 대오각성해 따뜻한 보수가 되지 못한다면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했다.
총선 이후 정계개편 논의가 확산되면서 정 의장의 퇴임 이후 행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 의장은 “국회는 떠나지만 정치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퇴임 뒤에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26일 싱크탱크인 ‘새 한국의 비전’ 창립식을 앞두고 있다. 당내 중도개혁파인 정병국·정두언·조해진·권은희 의원 등이 참여했고 국민의당 인사들도 합류한 상태다. 이 모임이 창당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정 의장은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정치결사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새누리당에 뚜렷한 차기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정 의장의 대선 도전 여부도 정가의 관심사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공자의 ‘지불가만’(志不可滿)을 언급하며 “뜻을 가득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족함을 뛰어넘어 다 채우려고 하면 패가망신한다. 저는 여러가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불가만’이라는 말로 대체하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 친박계 일부가 정 의장을 향해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을 두고도 “자기 정치라는 말은 아마도 ‘정의화가 대통령의 꿈이 있어서 저런 것이 아니냐’는 색안경을 낀 생각이며 오해로 비롯된 것이므로 저는 괘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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