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 대통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정진석 새누리당,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 대통령-3당 원내지도부 회동
막혔던 말길을 뚫고 정국 인식의 거리를 좁히기에 ‘82분’은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의 만남은 양방향적 ‘대화’보다 ‘청원’과 ‘선별적 수락’이 교환되는 자리에 가까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누리과정 예산 배정 등 통치권자의 결단이 필요한 민감 현안은 국회와 여야정 협의체로 공을 넘겼고, 자신의 관심사인 노동·경제 관련 입법에 대해선 ‘국회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취지의 익숙한 주문을 되풀이했다. 위기의 남북관계에 대해선 “이 기회에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이어갔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예상대로 (정국과 현안에 대한) 인식차가 있었다. 일부 논의에 진전은 있었지만, 실천과 성과로 이어질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세월호특조위 연장 찬반 있고 세금 많이 들어”
백남기씨 대책 묻자 특별한 언급없이 메모만 ■ 쟁점현안 입장차 재확인 박 대통령, 남북관계 개선 요청에
“이번 기회에 북핵 해결” 강경 고수 두 야당 원내대표들은 6월 만료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 기간 보장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은 ‘그걸 연장하면 국민 세금도 많이 들어가고 여론도 찬반이 있다’며 ‘국회에서 협의해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야당은 박 대통령과의 회동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왔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국회에 다시 공을 넘기면서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 중인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진상 규명과 관련해선 박 대통령도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을 약속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해법을 두곤 야당과 시각차를 보여 의견 조율엔 난항이 예상된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회동 뒤 브리핑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과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엄중 수사 중이지만,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철저히 따져주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로 진상 규명을 하는 게 적절한가 의문”이라며 “정부의 책임도 규명해야 하는데 협의체를 꾸려서 공동으로 규명할 수 있겠는가 하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책임의 당사자인 정부가 조사 주체로 참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회동이 끝날 무렵 우상호 원내대표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6개월이 넘게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와 관련한 조처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특별한 언급 없이 메모만 해 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청한 누리과정 예산 확보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보육대란을 막으려면 금년은 예비비로 긴급 지원하고 내년부터 전액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통령은 2016년은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기로 했고, (이후 문제는) 교육감과 국회가 잘 협의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제가 느끼기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특별한 해결 의지가 없었다”고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 선결론’을 거듭 제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하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대통령은 강경한 말씀으로 ‘북한이 핵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국제사회가 이번만은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니, 북핵 문제는 이번에 해결해야 한다. 대화를 계속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면 북한에 시간만 벌어줄 뿐’이란 반응을 보이더라”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가 보니 (대통령은 지금)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노동개혁·성과연봉제 청년일자리 위한 것”
야 “일방적 밀어붙이기 안돼…노사 합의 필요” ■ 경제 현안 팽팽한 줄다리기 낙하산 금지법엔 “인재 쓸 기회 막혀”
성과연봉제, 구조조정 등 경제 현안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두 야당 원내지도부는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발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시장 구조개편 4법 개정안 통과를 설득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해당 법안을 시급히 국회에서 통과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소방·경찰·교육 등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노동 4법과 성과연봉제를 두고도 강한 논쟁이 오갔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노동법 개정,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합의로 추진해야 하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추진은 안 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성과연봉제 모두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노사) 합의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급하다”며 “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민간으로 전파된다”고 했다. 이에 우상호 원내대표가 “현장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노사 합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한을 정해놓고 강행하는 것은 문제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강하게 말했는데, 박 대통령도 (시행)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가 “(정부가) 경제정책의 실패를 사과하고 국민과 노동계가 고통을 분담하게 설득하면 국민의당도 협조하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현재 정부에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서 긴밀하게 합의해서 좋은 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이 중점 법안으로 내세우는 정치권 인사 낙하산 금지법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정부 인선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법으로 원천봉쇄하면 도덕적 문제가 없고 능력있는 정치권 인재를 기용할 기회가 막혀버리는 것도 문제다. 다시 한번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대응했다.
이세영 이경미 엄지원 기자 monad@hani.co.kr
백남기씨 대책 묻자 특별한 언급없이 메모만 ■ 쟁점현안 입장차 재확인 박 대통령, 남북관계 개선 요청에
“이번 기회에 북핵 해결” 강경 고수 두 야당 원내대표들은 6월 만료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 기간 보장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은 ‘그걸 연장하면 국민 세금도 많이 들어가고 여론도 찬반이 있다’며 ‘국회에서 협의해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야당은 박 대통령과의 회동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왔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국회에 다시 공을 넘기면서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 중인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진상 규명과 관련해선 박 대통령도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을 약속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해법을 두곤 야당과 시각차를 보여 의견 조율엔 난항이 예상된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회동 뒤 브리핑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과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엄중 수사 중이지만,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철저히 따져주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로 진상 규명을 하는 게 적절한가 의문”이라며 “정부의 책임도 규명해야 하는데 협의체를 꾸려서 공동으로 규명할 수 있겠는가 하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책임의 당사자인 정부가 조사 주체로 참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회동이 끝날 무렵 우상호 원내대표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6개월이 넘게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와 관련한 조처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특별한 언급 없이 메모만 해 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청한 누리과정 예산 확보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보육대란을 막으려면 금년은 예비비로 긴급 지원하고 내년부터 전액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통령은 2016년은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기로 했고, (이후 문제는) 교육감과 국회가 잘 협의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제가 느끼기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특별한 해결 의지가 없었다”고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 선결론’을 거듭 제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하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대통령은 강경한 말씀으로 ‘북한이 핵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국제사회가 이번만은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니, 북핵 문제는 이번에 해결해야 한다. 대화를 계속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면 북한에 시간만 벌어줄 뿐’이란 반응을 보이더라”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가 보니 (대통령은 지금)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노동개혁·성과연봉제 청년일자리 위한 것”
야 “일방적 밀어붙이기 안돼…노사 합의 필요” ■ 경제 현안 팽팽한 줄다리기 낙하산 금지법엔 “인재 쓸 기회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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