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gani.co.kr
세 사람 관계는 모두 원만
정진석, 박지원과 28년 인연 “형님” 예우
우상호-박지원, 대변인-원내대표로 호흡
서로 “합리적이고 말 통해” 평가
조정·타협의 정치 가능할까
대선 앞 3당체제 주도권 경쟁
‘갈라치기’ ‘야권 공조’ ‘캐스팅보터’
각당 전략 따른 치열한 수싸움 예고
청와대 입김·당 장악력 변수
정진석, 박지원과 28년 인연 “형님” 예우
우상호-박지원, 대변인-원내대표로 호흡
서로 “합리적이고 말 통해” 평가
조정·타협의 정치 가능할까
대선 앞 3당체제 주도권 경쟁
‘갈라치기’ ‘야권 공조’ ‘캐스팅보터’
각당 전략 따른 치열한 수싸움 예고
청와대 입김·당 장악력 변수
더불어민주당이 4일 의원총회에서 3선의 우상호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20대 국회의 첫 1년을 이끌 여야 3당의 원내사령탑이 모두 확정됐다. 3당 원내대표들은 원내 전략과 여야 협상을 진두지휘할 야전사령관으로, 20년 만에 들어선 ‘여소야대 3당 체제’에서 지금까지의 양당 구도에서와는 다른 조정과 타협의 정치를 빚어내야 할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3당 체제의 순항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들을 중심으로 20대 국회의 첫 1년을 전망해본다.
■ 3인3색 궁합 잘 맞을까
우상호·정진석(새누리당)·박지원(국민의당) 원내대표 ‘트리오’를 두고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세 사람 모두 모나거나 가시가 돋친 강경파들이 아니다. 대화가 될 만한 조합이 만들어졌다”고 촌평했다. 원만한 대화와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런 대체적인 평가 속에서도, 내년 대선을 앞둔 3당 체제에서 원내 주도권을 놓고 3인 각자의 스타일과 장기가 치열하게 부딪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털털한 중재자’로 부를 수 있는 정 원내대표와, ‘유연한 협상가’ 우 원내대표, ‘노련한 전략가’ 박 원내대표의 ‘3각 궁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28년의 인연’을 자랑한다. 정 원내대표가 <한국일보> 기자 시절인 1988년 미국 출장을 갔을 때 뉴욕 한인회장이던 박 원내대표를 만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정 원내대표는 “당시 저를 차에 태우고 뉴욕 시내를 안내하고 설명해줬다. 이후로도 저를 많이 격려해주고 이끌어주셨던 대선배님이기 때문에 많은 일들을 긴밀하게 상의하면서 국회를 운영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당선인사차 박 원내대표를 만나서는 “형님”이라고 불렀고, 넥타이 색깔도 국민의당의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골랐다.
박 원내대표도 “정 원내대표는 저하고도 아주 가깝고 과거 디제이피(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제가) 정부에 있을 때 자민련에서 큰 역할을 해서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또 박 원내대표가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할 때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합리적 중도 보수의 목소리를 낸다는 평을 듣고 있는 만큼, 여당과도 동반자 관계를 강조해온 박 원내대표와 무난한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손학규 대표 시절 당 대변인을 하며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선출된 직후 페이스북에 “우 원내대표는 젊고 참신한 정치 지도자로 많은 주목을 받는 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오랫동안 함께 정치활동을 했기에 제1당의 대표로서 많은 배려를 기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 원내대표 쪽은 “우 원내대표가 당 대변인을 할 때 당의 기조나 정무적인 문제에 대해 박 원내대표를 찾아와 격의 없이 자문을 구하고 의견을 듣곤 했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 또한 박 원내대표에 대해 “같은 당에서 오래 같이 활동해 능력과 성품을 잘 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함께 했다는 것 외에 개인적 인연이 깊진 않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 당시 대화로 관계를 원만히 풀었다고 알고 있다”(우상호), “국회 사무총장을 하면서 봤는데, 우 원내대표는 차분하고 속도 깊고 합리적인 분이다. 대만족이다”(정진석)라며 서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 ‘타협의 정치’ 모델 만들까
3당 모두 ‘타협과 조정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복잡한 당내 세력관계 속에서 각자 처한 위치가 다른데다, 원내대표 개인의 정치적 장악력에도 적잖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내 장악력이 강한 편이 아니다. 과거 자민련과 국민중심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새누리당에는 18대부터 몸담았다. 게다가 당선 직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공백기가 길었다. 이런 그가 원내대표에 당선된 데는 당의 주류인 친박계의 지원이 주효했던 만큼,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가 크지 않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범주류’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강하지 않아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초선과 다선, 주류와 비주류 양쪽에서 고루 지지를 받았다. 청와대의 입김이 변수인 새누리당과 달리, 더민주는 장외 열성 지지층의 압력 속에서 얼마나 정치적 운신 폭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처지가 나은 편이다. 원내 경험이 많지 않은 초선이 의원단의 다수인데다, 당의 실질적 창업주인 안철수 공동대표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문제는 최근 연정론을 둘러싼 견해차에서 드러나듯, 야성이 강한 호남 여론에 매여 있는 다선 의원들과 이념 성향이 새누리당 개혁파와 유사한 ‘안철수계’ 초선·비례 의원들의 이견이 불거지는 경우다.
3자 구도에서 각 당이 취할 수 있는 전략도 상이하다. 두 야당의 균열이 커질수록 입지 확보가 유리한 새누리당은 ‘디바이드 앤드 룰’(갈라치기) 전략이 기본이다. 첨예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당 내 중도보수파를 겨냥해 ‘러브콜’을 보낼 것이 자명하다. 국민의당은 1·2당의 대립 속에서 실익을 추구하는 캐스팅보트의 유혹에 휘둘릴 공산이 크지만, 호남 여론이 이를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가 변수다. 더민주로선 ‘야권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한편, 국민의당과의 이견을 가능한 좁혀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공조할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문제는 이 경우 국민의당의 캐스팅보터 전략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20대 국회는 결국 새누리당의 ‘분할 견인’ 전략과 국민의당의 ‘캐스팅보터’ 전략, 더민주의 ‘야권 헤게모니’ 전략 간의 치열한 경합이 불가피해 보인다.
■ 원구성·쟁점현안 대응은
국회의장 선출,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 협상이 3당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가 된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모두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더라도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방위·외통위는 여당이 꼭 맡아야 한다는 기존 생각에서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원내 제1당인 만큼 운영위원장 자리를 포기할 수 없고, 정무위와 국토교통위, 안전행정위, 기획재정위, 법제사법위 등도 가져와야 한다는 당내 의견을 잘 반영해야 한다.
집권여당이지만 총선 참패로 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쟁점법안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전날 당선 직후, 노동4법·서비스산업발전법 등에 대해 “이제 3당 체제가 됐으니 지금까지 주장했던 것들을 점검하고 실사구시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안인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보장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청문회, 어버이연합 불법 자금지원 의혹 규명 등에 있어서 국민의당과 더민주는 대여 공동전선을 펼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러한 민감한 현안에는 “의원들의 뜻을 모아야 한다”며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소수당이 됐다고 해서 입장을 바꿀 순 없다”며 개정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장단점이 있어 문제가 있는 내용은 좀 보완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여야가 주도권이 바뀔 때마다 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폐단을 바꿔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세영 송경화 이경미 엄지원 기자 monad@hani.co.kr
3당 원내대표의 ‘삼각관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으로 인사차 찾아온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를 반기며 끌어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g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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