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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선출된 권력이 왜 선출을 두려워하나”

등록 2016-04-26 20:15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사진 강창광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사진 강창광 기자
[20대 국회 이끌 사람들] 송영길 당선자 인터뷰

전당대회 연기론에 직격탄
“김종인 대표가 한번도
선출직에 도전해본 적 없어서인지”

“호남은 경고 넘어 채찍 때린 것
김종인 셀프공천에
문재인 호남방문이 악재”

“난 문재인 정계은퇴론에 반대”
“전당대회 연기? 선출된 권력이 왜 선출되는 것을 두려워 하나.” “퇴행적 지역주의? 호남을 모르면서 섣불리 말하지 말라.”

 총신이 달아오른 직사화기였다. 에두르는 법이 없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6월말로 예정된 더민주 전당대회에 나설 당권 주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이번 총선에서 2010년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내줬던 인천 계양을 선거구를 6년만에 탈환했다. 그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당대회 연기론에 대해 “민주주의 하자는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종인 대표가) 한번도 선출직에 도전해본 적이 없는 분이라서 그런 거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례대표로만 5선을 하게 된 김 대표의 약점을 후벼파는 발언이다. 국민의당에 압승을 안긴 호남선거 결과를 두고선 “제1야당을 향한 채찍질”이라 평가하면서 ‘퇴행적 지역주의’라는 일각의 비판에는 “새누리당도 아니고 야당인 국민의당을 찍었을 뿐인데 왜 그런 비판을 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인천을 무대로 활동해온 ‘출향 정치인’이다. 송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24일 서울 여의도 개인 사무실에서 50분 동안 진행됐다.

 -국민의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이라 쉽지 않았는데, 넉넉한 차이로 당선됐다.

 “원래 내 지역구였다. 사실 마지막까지 탈당하지 말라고 최원식 의원(국민의당)을 붙잡았다. 그런데 안 되더라. 게다가 지역 시민단체까지 최 의원에게 양보하고 연수구로 가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내가 계양에서 국민의당 바람을 차단 못하면 인천 전 지역이 어려워지겠더라. 그래서 당권 도전 카드를 던졌다. 당원들을 향해 ‘문재인 대표가 밉다고 탈당하지 마라. 당대표 노리는 송영길이 있지 않나. 그러니 당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호남 출향민과 전통적 지지자들이 그래서 국민의당으로 많이 안 넘어갔다.”

 -호남에서 참패했는데, 수도권에선 압승했다.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나.

 “사실 수도권에서도 진 거다. 비례대표 득표율 보면 나오지 않나. 우리 당을 통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국민의당을 통해 우리 당에 채찍을 친 거다. 이중의 심판이다.”

 -호남은 더민주를 버린 건가?

 “아니다. 호남 다녀보면 결과가 이렇게까지 나올 거라 예상 못한 것을 두고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마디로 호남은 우리 당에 경고를 넘어 채찍을 때린 거다. 김종인 대표의 ‘셀프 공천’에 문재인 전 대표 호남 방문이 악재였다. 문 전 대표도 와서 그냥 읍소만 하고 가면 좋았는데, 호남 지지 못 받으면 정계은퇴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역효과가 났다. 호남에선 이 발언을 ‘정치적 협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상당하다.”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는 왜 생긴 건가?

 “누적된 거다. 정찬용 전 참여정부 인사수석한테 들은 얘기다. 문 대표가 2012년 대선 낙선했을 때 ‘한 달 정도만 광주·전남 돌면서 90% 지지해준 것에 감사하고, 떨어진 것에 사과하라. 그래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 5·18 묘역만 잠깐 들렀다 가버렸다고 한다. 대선 패배 뒤 상심한 호남 민심을 방치한 거다. 이후 ‘문재인으로 다시 대선 치러선 못 이긴다’는 ‘문재인 필패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안타깝다.”

 -문재인 전 대표는 거취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뾰족한 수가 없다. 다시 대선에 나오려면, 손학규 전 대표처럼 시·군 단위로 호남 돌면서 먹고, 자고, 이야기하고, 의견수렴해야 한다. 호남 지지 못 얻으면 정계를 은퇴한다고까지 공언했는데, 없었던 일처럼 넘어가긴 힘들다.”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을 덜었다’는 타지역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분들 말도 일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수도권과 다른 지역에서 우리 당이 약진한 건 호남 출향민들이 교차투표로 우리 당 후보를 찍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호남이 ‘지역주의에 매몰돼 반새누리당 전선에서 이탈했다’고 하는 건 호남에 대한 폄하다. 내 지역만 해도 지역구 득표에선 1만표 남짓 앞섰지만, 정당투표에선 국민의당에 겨우 1000표 앞섰다.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호남사람들 다수가 지역구 투표에선 더민주 후보인 나를 찍은 거다.”

 -국민의당의 호남 압승을 두고 ‘퇴행적 지역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호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이다. 그들이 새누리당을 찍은 것도 아니고, 야당인 국민의당을 찍었잖나. 김종인 대표가 ‘디제이는 돈이 없어 앞 순번은 다 내주고 비례 13번 받았다’고 폄하했다. 그런 얘길 듣고 분노하지 않을 호남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국민의당과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실력과 내용을 가지고 공조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20대 원구성 되자마자 세월호 특별법 개정하고, ‘어버이연합 게이트’ 즉각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 이걸 않겠다고 하면, 지금 의석 구도에선 법무부장관을 즉각 해임할 수도 있다.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도 기획탈북이 명백하다. 배후를 철저히 수사하고, 선거에 개입한 국가기관은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이걸 못하면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국민의 기대를 배반하는 거다.”

 -정체성·노선 논쟁이 잠복했을 뿐 언제든 다시 터져나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국민들은 무조건 싸우지 말라는 게 아니다. 밥그릇·계파 갖고 싸우지 말라는 거다. 서민 이익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단호하게 싸우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강한 야당이 돼야 한다. 기본권 침해에는 로마시대 호민관처럼 방패막이가 돼야 국민들이 야당을 믿고 의지한다.

 -구조조정 문제가 현안이다. 정치권, 특히 야당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게 실업대책과 재교육·재취업 방안을 마련하고, 구조조정 방향을 철저히 상부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거다. 노동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담시켜선 안된다. 경제민주화는 ‘1원1표’의 시장논리를 ‘1인1표’의 민주주의로 제어하자는 거다. 다만 성장동력을 죽이면 안 된다. 그래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중도파 중진모임 ‘통합행동’에 소속돼 있다. 통합행동은 총선 출마자가 100% 생환해 주목받고 있다.

 “곧 만날 거다. 말그대로 통합의 틀을 잘 유지해야하는데. 국민의당과 관계 설정 문제에서 내부에 약간 견해차가 있다. 안철수 탈당에 대해서도 나는 비판적이지만,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분도 있다. 어찌됐든 더민주를 수권정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애당심만은 차이가 없다.”

 -독자적 의견그룹으로 남는 건가?

 “당의 중심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당의 공조직 체계 안으로 스며야하지 않겠나.”

 -당이 전당대회 연기론 때문에 어수선하다.

 “1980년 ‘서울의 봄’이 생각난다. 민주화 일정 밝히라고 민주화 세력이 압박했는데, 최규하 등이 이를 뭉개다가 12·12 쿠데타, 5·17 계엄 확대로 이어졌잖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총선 날짜를 왜 법정화시켰나? 집권세력이 자기들한테 유리하게 선거일정으로 장난치는 거 막으려고 법률로 날짜까지 박아넣은 거다. 정당도 다를 게 없다.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는 걸 왜 지도부가 따로 판단하나. 5공 때 통일주체국민회의인가? 전대 하면 당이 분열된다는데, 그렇게 당원을 못 믿나? 우리는 민주주의 하자는 사람들이다. 선출된 권력이 왜 선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나? 김종인 대표가 한번도 선출직에 나서보지 못한 분이라 그런 건가? 그렇게 해서 어떻게 민심을 얻나? 김 대표도 당권에 욕심있으면 전대에 출마하면 된다.”

 -김 대표로선 당내 계파도 세력도 없으니, ‘불공정 게임’이라고 보는 것 아니겠나.

 “그럼 나는 세력이 있나? 나는 친노도 아니고 계파도 없다. 김종인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도 직접 하셨잖나. 문재인 대표가 모셔왔으니, 친노가 밀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추대라니, 봉건제후도 아니고 무슨…. 자기를 모셔온 전직 대표한테 그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것도 잘못된 거다. 나이 많다고 어린 사람한테 하듯 하대하는 건 사적 관계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올해 말부터 대선정국으로 들어간다. 대선 주자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하나?

 “난 문재인 정계은퇴론에 반대한다.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1위 대선주자다. 다만 특정인이 대통령되는 게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려면 대선 주자들도 ‘내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 되더라도 나를 디딤돌로 삼아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2007년 손학규가 훌륭한 사례다. 정동영 선대위원장까지 맡아 전국을 누비고 다녔잖나. 쇼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게 쉽지 않다.”

 -스스로 나설 생각은 없나?

 “이번엔 대선주자들이 넘쳐난다. 부산 김영춘, 대구 김부겸, 서울 박원순, 충남 안희정에 문재인·안철수·손학규까지. 팔도를 다 커버할 만큼 인적 자원이 갖춰진 거다. 이걸 용광로처럼 녹여내야 한다. 그래서 컨벤션을 멋지게 벌이면 무조건 정권교체 된다. 국민이 바라는 건 ‘네가 되는 것도 좋지만, 조연·주연 잘 협력해 정권교체하라’는 것 아니냐.”

 -결국 단일화가 쟁점이 될 텐데, 어떤 식의 연대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정답은 통합이다. 국민의당에 정의당까지 합쳐야 한다. 통합해서 정권 잡은 다음에, 결선투표제·중대선거구제 도입하고 그 다음에 다당구도로 분화하자고 하면 된다. 지금 여소야대 국회니, 대통령만 배출하면 법을 개정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러려면 이번 선거가 남긴 상처를 잘 다독여줘야 한다. 앞으로 1년간 야권공조는 필수다. 그래서 원내 리더십이 중요하다.”

 -86그룹에서 가장 먼저 4선이 됐다. 86그룹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비판받을 소지가 있었다. 어찌됐든 학생운동에 대한 헌신은 국회의원 된 걸로 이미 보상 받았다. 거기 안주하면 안 된다. 다만 86그룹이라고 한데 뭉뚱그려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86그룹 기초단체장들 봐라. 얼마나 호평받나. 대부분 재선에도 성공했다. 반면 변신하지 못해 비판받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86그룹 내부에서 당권 경쟁자가 나올 수도 있다. 부담스럽지 않나.

 “좋은 일이다. 86그룹이 비판받은 게 제 목소리 못내고, 힘있는 권력자들 참모 노릇에 만족해왔다는 것 아닌가. 나는 처음부터 거기에 비판적이었다. 그래서 계파에도 안들어갔다. 이번이야말로 제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 우리도 이제 50대다. 사실 50대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 모든 문제가 다 보인다. 아이들 취직, 부모 부양, 본인 노후 등 존재론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이런 50대가 당의 중심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스스로 당 대표에 적임이라 자신하는 근거는 뭔가?

 나는 정권교체 잘 할 자신이 있다. 국민의당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도 야당의 정통성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 지금은 2번, 3번 중에 누가 적자인지 헷갈려한다. 정당 지지율조차 비슷하게 나오잖나. 내가 대표가 되면 호남지역 민심은 돌아온다. 게다가 나는 4년간 인천시장 하면서 투자유치도 많이 하고 시민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주거난부터 청년실업 문제까지 경제난국 풀어갈 정교한 솔루션이 다 준비돼 있다. 디제이 이후 야권에서 사라진 국제외교 역량을 복원시킬 능력도 충분하다.”

 -당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 선거 나가야겠다.

 “하하. 이제 50대에게 기회를 줄 때도 됐잖나.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열면 문제가 다 풀린다. 27일 당무위에서 전당대회 준비 절차에 착수하도록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안 그러면 당원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김 대표는 자꾸 분란 타령을 하는데, 지금 전대에 나오겠다는 친노·친문 인사가 누가 있나. 출마 의사 밝힌 추미애·박영선·김진표 모두 친노가 아니다. 정책대결을 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렇게 해야 제1당이 된 에너지를 컨벤션으로 증폭시켜 정국을 주도할 힘도 생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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