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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양극화 등 복합갈등 풀려면 다당제·연합정치 불가피”

등록 2016-04-21 19:07수정 2016-04-21 22:28

김성식 국민의당 당선자(서울 관악갑)가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선거사무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성식 국민의당 당선자(서울 관악갑)가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선거사무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대 국회 이끌 사람들]
김성식 당선자 인터뷰
국민의당 김성식 당선자는 제1야당의 텃밭인 서울 관악갑에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000여표 차로 꺾고 4년만에 지역구를 탈환했다. 한때 그는 ‘손학규의 남자’였다가 지금은 ‘안철수의 복심’으로 통한다. 이런 꼬리표에 대해 그는 “측근정치는 체질에 안 맞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확고한 다당제론자’라는 평가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기존 양당구도로는 복잡하고 다양화된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는 ‘다당제·연합정치 옹호론’에 줄곧 힘을 실었다. 현안으로 떠오른 구조조정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말이 빨라지고 손짓은 잦아졌다. 핀란드의 구조조정 모델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구체적 수치까지 나열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김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21일 오전 관악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1시간10분 남짓 진행됐다.

4년만에 관악을 지역구 탈환
‘안철수의 복심’으로 통해

“각자 흥행카드만 흔들어대는
이분법적 정치공방 그만할 때”

“연합정치 대상에 새누리도 포함
원내대표 도전? 내 역량에…”

“전당대회 연기, 5월에 논의해도 안늦어
지금은 20대 원구성 협상 중요”

-여론조사에선 계속 밀렸다. 언제 당선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3월31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가파른 민심 변화를 느꼈다. 근소한 차로 질 수도 있겠지만,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성식 개인에 대한 평판에 더해, 제3정당이 교두보를 확보하려면 관악처럼 야권이 강한 곳에서 국민의당 후보 하나는 당선시켜줘야 한다는 바닥 민심이 느껴지더라.”

-국민의당이 정당득표율 더민주를 앞섰지만, ‘호남당’ 시비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게 사실 아닌가.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더민주를 제치고 주도세력이 된 것은 의미가 크다. 다만 호남 이외 지역에서 지역구 의석을 다수 확보하지 못한 것은 신생정당으로서 우리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정당들이 우리를 고사시키려고 얼마나 흔들었다. 어쨌든 잠재적 측면에서 전국적 정당의 면모는 갖추는 데 성공했다. 미흡했던 점은 숙제로 두고 성찰해가면 된다.”

-당선자 중엔 보수적인 관료·학자 출신도 있고, 과거 민주당에서 ‘진보 노선’을 이끌던 정동영·천정배도 있다.

“과거의 진보·보수 진영논리로 세상을 보고 해법을 찾으려는 건 낡은 발상이다. 국민들은 이분법적 ‘독주의 정치’에서 다원적 ‘협치의 정치’로 바꾸라는 선택을 했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다양성 속에서 토론을 거쳐 방향성을 잡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20세기 기준인 보수·진보의 딱딱한 정체성에 바탕한 획일성이 더 문제가 된다. 이미 창당과정에서 몇개의 중요한 정책적 합의가 있다. 공정성장, 질적성장, 격차해소, 중부담·중복지다.

-구조조정이 첨예한 현안이다. 안철수 대표는 기업 구조조정보다, 거시적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롭게 떠오른 현안이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부터 제기된 문제들인데,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이 폭탄돌리기를 해온 거다. 산업 경쟁력과 사회적 안전망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했어야 하는데, 미뤄둔 숙제가 한꺼번에 닥친 거다. 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려면 비효율 부문의 군살을 빼고,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 진보·보수를 떠나 경쟁력이 필요한 부분은 그것대로 길을 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실업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낭떠러지에 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 한계에 도달한 기업을 연명시키려고 쏟아붓는 자금을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 산업, 청년 창업 쪽으로 돌리면 글로벌 경쟁력은 오히려 커진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말하려면 자기반성부터 확실히 하면서 명확한 의지를 갖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어려워지는 중소기업과 납품업체 근로자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패키지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참조할 만한 모델이 있나.

“핀란드를 보자. 노키아가 추락하면서 핵심 인력 4700명 가운데 1700명이 해고됐다. 그런데 그 인력이 지금 고스란히 새로운 아이티(IT) 산업의 주축이 돼있다. 2년 가까이 노키아에서 받던 봉급의 80%를 실업급여로 받으면서 재교육을 받고 창업·재취업을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내에서 8월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 논의는 5월 중순 넘어가서 해도 늦지 않다. 이번 총선 민심은 모든 정당에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이라는 거다. 국민의당도 예외일 수 없다. 단순한 캐스팅보터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주도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원 구성 협상을 통해 20대 국회의 초석을 잘 다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전당대회 시기 문제는 그 이후 시작해도 된다.”

-확고한 ‘다당제론자’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20년만에 복원된 3당구도가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미 대한민국이 직면한 의제들이 복합조정형 의제들로 바뀌었다. 산업화·민주화의 문턱을 넘어서고 대한민국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여전히 산업화·민주화 시대의 옷을 입고 있으니, 몸이 커지면서 옷이 찢어져 나가고 있는 거다. 이런 상황에선 2개의 정당으로는 국민적 대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지금의 과제는 잘 살아보자거나, 군사독재 종식하자는 단순한 게 아니다. 저성장과 양극화를 어떻게 동시 해결할 건지, 일자리 늘려가면서도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는 어떻게 해소할 건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한 정당 한 정권이 밀어붙여서 해결할 수 있나.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진보·보수가 어딨나. 그래서 다당제가 불가피한 거다. 이를 통해 대표성을 강화하고, 그 위에서 다양한 수준의 연합정치를 펼치지 않고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민생과제 해결은 요원하다.” 

-권력구조 개편이나 선거제도 개혁 없이 지금의 3당구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맞는 말이지만, 지금 바로 제도개혁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여야 각당이 성찰하면서 변화된 정치행태를 보여줘야 한다. 민생과 국가현안이 어떻게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는지를 보여주면서 국민의 신뢰를 쌓은 뒤 뒤 제도개혁으로 나아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제2당과 의석수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 제3당이다. ‘캐스팅보터’에 머무르지 않고 국회를 주도하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양당 구도에서 해결하지 못한 핵심적 사안의 정곡을 찔러야 한다. 사견이지만, 원 구성 협상을 할 때 ‘국민부담을 어느 정도로 하고, 복지는 어느 분야를 얼마까지 늘릴 것인지, 여·야·정이 함께하는 정책협의기구도 만들었으면 한다. 야당은 자신들이 도입한 무상급식만 지키려하고, 정부는 무상보육만 중시하고, 이런 방식은 안 된다. 지금 600만명이 넘는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있다. 왜 이 문제는 양당이 방치하나. 고용보험 적용을 못받는 사각지대가 비정규직의 70%에 이르는 현실에 대해선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나. 표 되는 얘기, 자기가 꺼낸 흥행카드만 흔들어대는 어리석은 정치공방은 그만할 때다. 원 구성 협상을 할 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여·야·정 특위를 만들어서라도 로드맵을 확정짓고, 거기에 따른 공동입법을 추진하는 새로운 실험도 있어야 한다. 현안별로 2당, 3당, 4당간의 정책공조를 통해 문제를 푸는 다양한 연합정치의 실험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20대 원 구성과 관련해 안철수 대표는 총선 민의를 따르면 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상임위원장 배분은 대체로 의석비율 연동 원칙이 지켜져왔다.

“지금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협상전략상 좋지 않다. 원내 협상라인이 구성되면 원 구성 협상만은 정말로 치열하게 할 필요가 있다. 원 구성이 늦어진다고 언론과 국민들이 왜 늦어지느냐고 질타할 일이 아니다. 처음에 틀을 잘못 짜면 유사한 갈등과 국회의 기능정지가 반복된다. 양당구도를 넘어 조정·타협이 가능한 구도를 만들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과정이 평화롭게 진행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미리 정직하게 이해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안철수 대표의 발언과 행보를 두고 ‘정치적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변의 기대와 요구는 많은데 시스템·인력이 받쳐주지 못한 악조건 속에서도 제3정당 혁명을 이루지 않았나. 당을 고사시키려는 외부 공격도 이겨냈다. 시련을 겪으며 단련된 게 아닌가 싶다.”  

-국민의당이 말하는 ‘새정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새정치는 특정 정당이나 개인이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안철수가 독점할 수 있는 전유물도 아니다. 싸움하고 뒤로 담합하는 기득권 구조를 제3당이 깨고나면 다른 두 당도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 모든 정당을 타도대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국민의당이 이번 국회에서 회초리와 쐐기 구실을 하면서 정치개혁의 성과를 내면, 최종 과실은 얼마든지 다른 당이 가져갈 수도 있다. 경쟁적 구도에서 정당들이 국민 두려워하면서 서로 좋아지는 게 새정치다.”

-한나라당에 있을 때는 ‘손학규계’로 분류됐다. 지금은 ‘안철수의 복심’으로 통한다. 두 사람을 비교하면 어떤가?

“사람 비교는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두 분 다 진영논리 벗어나 복합적·합리적 개혁을 설계할 수 있는 분들이다. 만약 이 분들이 제1야당에서 자기 역할을 못했다면, 제1야당이 이 부분에 대해 먼저 성찰해야 한다. ‘안철수의 복심’이란 평가도 당치 않다. 체질적으로 난 측근정치를 못한다. 18대 의원 시절엔 4년내내 청와대랑 싸웠으니까. 새벽부터 밤까지 어떻게 4년 보냈는지 기자들은 모를 거다. 어휴.”

-3당체제에선 원내대표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전할 생각은 없나?

“어쨌든 난 재선의원이다. 원내사령탑은 맡기엔 역량에 견줘 역할이 너무 무겁다. 좋은 분들이 맡아주길 기대한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안 한다.” 

-한때 몸 담았던 새누리당을 향해 고언을 한다면.

“시장의 강자가 정치와 공동체 영역에서도 발언권 높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동체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함께 가야 건강해진다. 적극적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연합정치의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먼저 ‘성층권’에서 내려와서 정치주체 일원으로 수평적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연합정치의 대상에는 새누리당도 포함된다. 물론 이것은 정책적 연합이지, 유럽 수준의 연정은 아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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