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총선 참패를 당한 새누리당이 임기응변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과 계파 간 책임 공방 등 여전히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작 패배의 한 축으로 지목되는 청와대를 향해선 제대로 된 비판도 없다.

새누리당 비대위 위원장으로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께서 총선에서 보여주신 새누리당에 대한 따가운 회초리와 질책의 목소리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저부터 파부침주(破釜沈舟·전투를 앞두고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결사의 각오를 다지겠다는 의미)하는 심정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에 외부 위원을 포함시키고, 민생 입법을 하려 야당과 회담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감동도 변화의 의지도 없는 비대위라는 비판이 터져나온다. 서울 서초갑의 이혜훈 당선자는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천 파동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부적절한 면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가운데 한명으로 친박을 대변하면서 김무성 대표와 불협화음을 냈다. 공천에서 탈락해 인천 중·동·강화·옹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복당 신청을 한 안상수 당선자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외부의 참신한 분들이 와서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해야지 현재 있는 사람들은 (선거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는 국민을 감동시키지도 못할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환골탈태”란 말로 당 혁신을 강조했지만 당내는 비대위에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비대위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6월초께 열리는 전당대회 관리 정도밖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최대한 전당대회를 빨리 열려면 외부 인사를 데려오기에 촉박하고,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돼야 한다는 명분으로 50분 만에 원유철 비대위 체제를 꾸렸다. 비대위가 고육지책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뼈를 깎는 반성을 하기는커녕 국민을 두 번 무시하는 행위다”, “그저 여론의 소나기나 피하고 보자는 것밖에 안 된다”는 실망이 터져나온다.

당 안에서 청와대 혁신을 요구하는 성명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현실 역시 당의 무기력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의 실정과 무리한 공천 개입이 핵심 패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도, 당 내부는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김무성·이한구 책임론 공방만 무성하다. 청와대를 향한 비판은 이혜훈 당선자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공천 파동과 총선 패배에 관해 “무대 위 배우(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는 감독의 지시대로 하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를 에둘러 지목한 것 정도가 전부다. 청와대는 전날 “20대 국회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 바란다”는 요지의 두 줄짜리 논평만 내놨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사실상 표심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탄핵을 받은 상황이라면 긴급 의원총회라도 열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한 유승민 의원 등 7명의 무소속 당선자 복당 문제도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원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개혁적 보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전날 밤 최고위원회의 결의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 친여 무소속 7명 모두에게 복당을 허용할 것이냐’는 물음엔 “특정인을 거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구체적인 응답을 피했다.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과 윤상현 의원(인천 남을)은 이날 인천시당에 입당계를 제출했고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도 다음주 중 복당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