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정의당 5석 안팎 전망돼
4년전 통진당 13석 크게 밑돌아
진보세력 위기감에 결집 기대감
4년전 통진당 13석 크게 밑돌아
진보세력 위기감에 결집 기대감
악전고투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원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진보정당이 10년이 넘는 원내활동에도 두자릿수 지지율의 벽을 좀체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3월 5주차 정례 여론조사에서 유일 원내정당인 정의당(5석)의 정당지지율은 5%에 머물렀다. 지금의 지지율 추세라면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게 될 비례대표 의석은 2~3석에 불과하다. 지역구에서 당선권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심상정(경기 고양갑)·노회찬(경남 창원성산) 후보가 원내 입성에 성공하더라도 정의당 전체 의석수는 4년 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얻었던 13석에서 크게 후퇴해 8년 전 민주노동당의 의석(5석) 수준으로 축소되는 셈이다.
진보정당의 고전은 안팎의 ‘4중 악재’ 탓이 크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의 ‘담합’으로 비례대표 의석수가 19대에 견줘 7석이나 줄었다. 2012년에는 10%의 정당득표율로 통합진보당이 6석을 얻었지만, 이번엔 같은 의석수를 얻으려면 정당득표율을 12%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진보정당이 정의당·노동당·녹색당·민중연합당 등으로 분화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녹록잖은 목표치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낙인 효과’도 여전히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도권에 출마한 정의당의 한 지역구 후보자는 “여전히 ‘진보=종북’이란 프레임에 매여 있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종편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50~60대 정치 고관심층의 거부감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제1야당에서 분리돼 나온 국민의당에 ‘원내 3당’ 지위를 넘겨준 것도 시름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제1야당이 흡수하지 못한 야권 유권자층의 지지를 국민의당이 나눠 가지면서 진보정당이 누려온 ‘대안 야당’으로서의 정치적 프리미엄이 축소된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야권연대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2012년 총선 때와 같은 ‘연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 ‘당 대 당 협상’을 통해 전국 차원의 여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낸 데 힘입어 서울 2석, 경기 2석, 광주·전남·전북 각 1석씩 모두 7개의 지역구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가 지역구 후보자들 몫으로 온전히 떠넘겨진 이번 총선에선 상황이 다르다.
문제는 진보정당이 위축될 경우 가뜩이나 보수 쪽에 기울어진 정당체제의 불균형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학)는 “진보의 정치적 지분이 축소될 경우 정치 생태계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불평등·양극화 등 갈등 현안의 정치적 해결이 난망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보정당들은 더민주의 ‘중도화’에 실망한 진보·개혁 유권자층의 ‘전략적 선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종인 체제 등장 뒤 뚜렷해진 더민주의 ‘우클릭’이 진보정당의 정치적 행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자체 진단도 나온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역대 총선의 선례에 비춰 선거일 2주 전 정당지지율이 5%면 비관할 상황이 아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야권 지지층에 ‘지역구는 당선권 후보에게, 정당투표는 진보정당에 주자’는 흐름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9대 총선 직전에 나온 한국갤럽의 2012년 3월 5주차 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통합진보당의 정당지지율은 지금의 정의당과 같은 5%였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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