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천장 수여식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한 진영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당내 ‘비례대표 파동’을 봉합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박근혜 정부 경제 실정 심판론’을 재점화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이 공천 갈등의 여진을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당을 ‘총선 모드’로 전환시키며 ‘총선 2라운드’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 대표는 후보 등록 첫날인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고 국민은 아이엠에프(IMF) 위기 이후 가장 큰 시련을 맞고 있다”며 “이번 20대 총선은 현 정부의 ‘경제 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에게 다시 삶의 희망을 드리는 선거, 새누리당 정권의 잃어버린 8년을 심판하고 서민과 중산층, 보통 사람들의 경제주권을 회복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김 대표는 일부 지역구 후보들과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수여하며 사실상의 ‘출정식’을 했다. 입당 뒤 줄곧 강조해온 ‘경제 선거’ 프레임의 고삐를 죄며 자신의 리더십을 재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더민주는 당초 ‘필리버스터’ 직후 전국 순회 ‘경제 콘서트’ 등을 통해 경제 심판론을 본격화하려 했지만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출발이 지연됐다. ‘777플랜(쓰리세븐플랜)’으로 대표되는 경제 공약은 대기업이 직원의 임금을 올려줄 경우 사내유보금 과세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가계소득을 증가시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성과공유제를 확대해 중소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 김 대표가 강조한 ‘불평등 해소’와 ‘더불어 잘사는 경제’가 이런 메시지를 담은 더민주의 구호다.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해 당에 합류한 진영 의원(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를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두 부위원장 임명은 경제민주화와 우리 당의 복지공약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의 237개 지역구 공천은 ‘국민 눈높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 등이 반영된 국민공천이라고 자부한다”며 새누리당의 공천을 두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집권여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승민, 이재오 의원 등의 잇딴 탈당 사태를 맞으며 여전히 분란을 겪고 있는 여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선거에서 공천 관리를 1단계, 캠페인을 2단계라고 한다면 1단계에선 여야가 도긴개긴 다투는 모습을 보여 동점이나 마찬가지”라며 “김 대표는 2단계에서 깃발을 먼저 꽂으며 무당파의 표심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김 대표의 구호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씨는 “이제야 대결다운 대결을 시작하겠다는 의미인데 김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린 상황인 데다 출발이 늦어져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유권자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