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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전문성 강조하더니 도덕성·정체성 논란 인물 ‘전면에’

등록 2016-03-20 19:22수정 2016-03-20 22:36

‘김종인표 비례공천’ 제동 왜?

20위 안에 교수 출신이 5명
여당 성향·도덕적 흠결 상당수
문재인에 ‘종북 딱지’ 인물도

외연 확장커녕 지지층 실망
“이대론 80석도 어렵다” 우려
“시스템 붕괴 탓 졸속” 진단도
“교수·박사 일색으로 비례대표를 채운다고 수권정당이 되나. 지지자들에게 표 달라고 호소할 염치가 없다.”

20일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가 파행으로 마무리된 뒤 이날 중앙위 투표 거부를 주도한 당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 소속의 한 일선 구청장은 “(A·B·C그룹 칸막이를 친)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문제다. 1번(박경미)·6번(최운열), 박종헌이 반발의 핵심이다”라고 했다. 이날 중앙위 비공개 토론 도중엔 “차라리 정의당을 찍겠다는 지지자들 얘기가 괜한 엄포가 아니다”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날 공개된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보면 교수 출신이 가장 많다. 당 대표 추천 몫으로 상징적 순번인 1번을 배정받은 박경미 교수는 홍익대 수학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10번 이내 당선권에 배치됐다. 20위권 이내 순번에 배정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재서 총신대 교수까지 포함하면 4분의 1을 교수들로 채운 셈이다. 이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전문성’을 비례대표 선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문제는 명단에 포함된 전문직들 상당수가 야권이나 진보진영과는 별 교류가 없던 인물이고, 몇몇은 도덕적 흠결마저 심각하다는 데 있다. 박경미 교수는 2007년 제자 석사논문을 표절한 의혹 외에, 박근혜 정부의 첫 대학구조개혁위원을 지내면서 비리로 문 닫는 대학의 재산을 운영자들에게 돌려주게 하는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적극 주장했던 이력도 논란이 됐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박 교수의 주장은 교육부 입장을 대변한 것이고, 절대 불가를 외치던 야당 의원들 입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6번을 배정받은 최운열 교수는 이른바 ‘론스타 먹튀’를 변호하는 칼럼을 쓰는 등 외국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2011년 한 일간지 기고글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위험을 감당하고 투자한 외국자본에 대해 ‘먹튀’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폈다. 군 출신으로 10위권 안에 배정받은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재임 시절 군수비리 연루 의혹에 이어, 2012년 대선 직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종북’으로 몰아붙이며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예비역 장성들의 서명에 참여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당내에선 이번 비례대표 공천이 ‘외연 확장’ 효과를 가져오기는커녕 지지층을 실망시켜 총선 전망을 한층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법정관리인’에 불과한 김 대표가 ‘절대군주’인 양 전권을 휘두르면서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부터 정청래·이해찬 공천 탈락 등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하는 악재들만 만들어내고 있다. 이대로면 총선 80석도 어렵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애초 별도 기구로 꾸려야 했던 비례대표후보추천관리위를 김종인 대표가 공천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공천관리위원회에 무리하게 통합시켜 탈이 났다는 진단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가뜩이나 업무가 과중한 공관위가 시일에 쫓겨 후보자를 찾다 보니 다각도의 검증 없이 졸속심사가 이뤄졌다. 시스템 공천이 깨지면서 일찌감치 예고됐던 참사”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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