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역을 출발해 KTX동대구역에 도착한 새누리당 유승민(동구을) 의원이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6.3.15 연합뉴스
측근들 낙천에 괴로움 토로
탈당 조해진에 “당당하게 하라”
유승민쪽 “공관위서 결론 나기전까진
어떤 발언이나 행동 않을 것”
탈당 조해진에 “당당하게 하라”
유승민쪽 “공관위서 결론 나기전까진
어떤 발언이나 행동 않을 것”
“내가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나….”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18일, 유승민계로 분류돼 낙천한 한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괜찮으니 절대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측근 의원들의 고언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한다. 유 의원 하나만 남기고 우수수 떨어져나간 측근 의원들은 최근 “우리가 다 죽어도 대표(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살아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고, 이런 뜻을 유 의원에게 전달했다. 한 측근 의원은 “우리가 낙천했다고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고 했더니 ‘내가 어떻게 괜찮겠냐’며 굉장히 힘들어하더라”고 했다.
사실상 유승민 낙천을 기정사실화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여론 수렴을 핑계로 발표를 미루는 ‘고사 작전’을 펴면서 유 의원과 측근 의원들의 고민도 깊다. 20대 국회에 유 의원 혼자 입성해봤자 아무 힘도 못 쓸 것이라는 ‘이재오식 고립론’이나, 그래서 혼자만 배지를 달겠다는 것이냐며 유 의원의 자존심을 긁는 말들도 당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한 유승민계 의원은 “(혹시나 불출마 선언을 해도) 하나도 안 고마우니 욱하는 심정으로 결정하지 말라는 뜻을 모아 전달했다”고 했다. 낙천한 또다른 유승민계 의원도 “만약 유 의원이 컷오프를 당하고도 불출마 선언을 하면 우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가까운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출마를 상수로 둔 유 의원에게 고민되는 경우의 수가 있다고 한다. 한 의원은 “경선에 올라가도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유 의원을 경선에 부칠 경우,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두고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유 의원이 시나리오별 결심을 다 해놓은 상황은 아니다. 공관위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판단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조해진 의원에게 유 의원은 “당당하게 하라”는 말을 전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유 의원이 준비한 플래카드의 문구가 ‘대구의 자존심 유승민은 당당합니다’이다. 지난 15일 밤 이후로 선거운동을 중단한 유 의원의 선거사무소에는 이날도 기자 30여명이 진을 쳤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공관위에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유 의원이 어떤 발언이나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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