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파동’ 과정 때 (김무성) 대표께서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관여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불과 얼마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유감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작심한 듯 김무성 대표를 비판했다. ‘비박근혜계 학살 공천’을 반대하는 김무성 대표를 공격하는 자리로 마련된 ‘친박근혜계 최고위원 간담회’ 직후였다. 원 원내대표가 구심점이 된 모임이었다. 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지난달 김 대표가 친박계의 강한 반발에 밀려 고개를 숙이며 체면을 구겼던 ‘살생부 파동’까지 다시 언급했다. 의전 ‘서열 2위’인 원내대표가 ‘서열 1위’ 대표를 공개 비판하는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그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동의하에 강봉균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우리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며 김 대표를 대신해 자신이 4·13 총선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이야 ‘친박계 주류’로 분류되지만 1년 전만 해도 ‘비박근혜계’로 분류됐다. ‘수도권 중진’인 그는 지난해 2월 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 당시 영남 출신인 친박계 이주영 의원과 비박계 유승민 의원에게서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제의를 동시에 받았다. 당시 그는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며 유승민 의원의 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찍혀 구석에 몰리자 계파 색깔을 비박에서 친박으로 바꾸는 ‘변신 행보’에 나섰다. 그리고 청와대·친박계의 ‘유승민 고사 작전’에 막판 가담했다. 이 덕분인지 그는 유 원내대표 사퇴 이후 친박 최고위원들의 추대와 김무성 대표의 동의로 원내대표직을 이어받았다.
이후 김무성 대표와도 결별의 길을 걷는다. 원내대표 취임 당시엔 ‘상향식 공천을 실현하겠다’며 김 대표 쪽에 섰지만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엔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친박 쪽으로 돌아섰다. 안심번호 여론조사 파동, 공천 규칙 논의 특별기구 구성, 공천 규칙 마련 등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줄곧 친박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의 노골적 친박 행보에 화가 난 비박계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화합하라고 추대했는데 왜 자기 정치만 하느냐.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경기지사 출마, 전당대회 대표·최고위원 도전, 장관 입각 등 여러 기회를 엿보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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