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땐 ‘무소속 출마’ 가능성 커
공천 받으면 ‘비굴한 생존’ 비난 직면
공천장 반납때도 출마 명분 잃어
비박 “어떤 식으로든 생존 택할 것”
공천 받으면 ‘비굴한 생존’ 비난 직면
공천장 반납때도 출마 명분 잃어
비박 “어떤 식으로든 생존 택할 것”
친박근혜계의 ‘유승민 고사 작전’이 8개월 만에 재연됐다. 친박근혜계가 다수인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는 16일 측근들이 우수수 낙천한 가운데 홀로 남은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잃은 지난해 7월에 이어 이번에도 친박계의 구체적인 결정을 끝까지 기다린 뒤에야 자신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시각이 많다.
전날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유승민 의원의 공천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다시 공관위로 돌려보냈다. 최고위 직후 이한구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은 공관위에서 해야 한다”면서도 “오늘은 비례대표 심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미루겠다는 뜻이다. 전날 조해진·김희국·이종훈 의원 등 ‘친유승민계’를 정리했으니 급할 게 없다는 태도다. 친박계의 ‘시간끌기 작전’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는 대신 유 의원에게 ‘불출마 선언’을 압박하는 동시에, 공천 탈락한 친유승민계가 ‘무소속 연대’의 형식으로 뭉칠 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유 의원이 공관위의 최종 결정 이전에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유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 당시 청와대·친박계의 끈질긴 사퇴 압박에도 13일 동안 버틴 뒤 의원총회를 통해 전체 의원들의 뜻을 수용하는 형식이 갖춰진 뒤에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공천배제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유승민 의원의 선택지는 ‘낙천 수용’ 또는 ‘무소속 출마’ 가운데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평소 ‘대구 동을 주민의 뜻’을 강조해온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대구에서 진박(진실한 친박계)을 자처하는 ‘기호 1번’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과 치열한 본선을 치러야 하는 점은 유 의원으로서도 부담이다. 다만, 그동안 ‘세력’이 아닌 ‘가치’를 중시해온 유 의원이 일부에서 거론되는 ‘비박 무소속 연대’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관위가 어차피 혼자 남은 유 의원을 살려두기로 한다면 유 의원의 선택은 좀더 복잡해진다. 혼자라도 공천을 받으면 친박들로부터 ‘배신자’ ‘비굴한 생존자’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공천장을 반납하면 무소속 출마 명분이 약해진다. 대구 북을에서 공천 탈락한 비박계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시비에스> 라디오에서 “본인과 가까웠던 사람들이 다 사라지는 마당에, 유승민 의원은 공천이 되더라도 스스로 공천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 주변에선 ‘생존’을 선택해 당의 경선 방침을 수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유 의원 성격상 당장 때려치우고 싶더라도, (당 밖에 있는) 측근들을 챙기고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경선 기회가 생기면 응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큰 꿈을 꾸고 있는 유 의원은 어떤 식으로든지 당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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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박근혜 왕정’과 ‘상왕식 공천’/ 더 정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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