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발언·일방통행으로
비박계 집단 반발 불러
당내서도 “갈등 언제든 재폭발”
비박계 집단 반발 불러
당내서도 “갈등 언제든 재폭발”
“갈등으로 비춰진 부분에 송구…. 더 많은 소통 노력….”
독불장군식 운영으로 비박계의 집단반발을 산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일단 고개를 숙였지만, 당내에서는 “‘이한구 스타일’로 볼 때 갈등은 언제든 재폭발할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4선인 이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당내 입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어졌다. 지난달 4일 공관위원장에 임명된 뒤엔 2년여에 걸쳐 당헌·당규와 공천제도특별위원회에서 확정한 상향식 공천 룰을 일거에 뒤집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저성과자’, ‘비인기자’ 등의 논쟁적 용어를 만들어내며 사실상 ‘전략공천’을 위한 지뢰를 깔아놓았다. 뒤늦게 합류한 비박계 공관위원들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이 지뢰를 피할 방도가 없었다.
이 위원장은 과거처럼 공관위에 대변인이나 간사를 두지 않았다. 모든 발표가 자신의 입을 통하도록 했다. 일부 공관위원들이 “위원장이 자기 생각을 공관위 전체 결정인 것처럼 말한다”는 불만을 쏟아냈지만 요지부동이었다고 한다.
“최고위원회에서 다시는 부르지 말라”며 공관위의 독립성을 주장하던 이 위원장은, 정작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밀리에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심사를 위해) 누구든 만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비박계 솎아내기” 발언에 대해서도 “술 마시고 한 말 아닌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니, 논란이 커지자 ‘선 조사-후 조처’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반면 김무성 대표의 ‘40명 살생부’ 발언 때는 “‘3김 시대’의 음모 정치 냄새가 난다”며 친박계를 적극 거들고 나섰다.
당 관계자는 “공관위원장에게 저 정도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계파 간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공천을 밀고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비박계 인사는 “이미 친박계에 기울지 않았느냐. 이 위원장이 금배지 대신 다른 것을 기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경제통인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 후보군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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