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 면접심사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새누리, 언론 조사와 다른 결과
“특정한 의도 가진 유출”
비박계, 공관위원 문책 목소리
선관위 “조사 뒤 수사 의뢰”
“특정한 의도 가진 유출”
비박계, 공관위원 문책 목소리
선관위 “조사 뒤 수사 의뢰”
4·13 총선 ‘공천 살생부’ 파문으로 김무성 대표가 사과까지 하는 파란을 겪은 새누리당에 이번에는 ‘여론조사 대량 유출’ 사태가 벌어졌다. 새누리당 내에서 “특정한 의도를 가진 유출”이라며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를 벌이기로 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3일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지역별 공천 신청자 명단과 여론조사 수치가 적힌 3~4쪽의 문건이 카카오톡 등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새누리당 공관위(위원장 이한구)가 다음주 1차 경선 실시를 목표로 자격심사와 경선 대상 지역 및 우선추천·단수추천 지역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이 문건에는 수도권과 영남, 충청권 등 50~60곳의 지역구 이름과 현역 의원을 포함한 후보자 이름, 여론조사 수치가 적혀 있다. 출처는 명기돼 있지 않다. 그러나 당의 한 핵심 인사는 “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에서 공천 심사를 위해 실시한 사전 자동응답(ARS) 여론조사 결과가 맞다”고 확인했다. 새누리당이 경선에 참여할 후보군을 추려내기 위해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라는 것이다.
이 문건에는 공교롭게도 최근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견줘, 일부 비박근혜계 현역 의원들이 친박근혜계 또는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에게 밀리거나,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적혀 있다. 예컨대 대구의 관심지인 ㄱ지역구의 경우, 최근의 언론사 여론조사들에서는 비박계 ㄴ후보가 ‘진박’ ㄷ후보에게 20~2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조사에는 격차가 약 10%포인트로 좁혀진 것으로 적혀 있다.
대구의 한 비박계 현역 출마자는 “엄중한 시기에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문건을 유출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문건 유출만으로도 공관위원장과 해당 위원 등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비박계 후보 쪽도 “특정 세력의 공작 정치”라고 반발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이 여론조사 유출 사태에 대해 묻자 “여론조사는 (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에서 한 것으로, 공관위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당 사무처에서 사무총장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 여론조사소위 위원장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도 “별것 아니다. 노코멘트하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문건을 못 봐서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당 차원의 대응 여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살생부’ 파동 때 공관위와 친박계에 자세를 낮췄던 김무성 대표는 이 사태를 보고받고 “문제가 있다면 공관위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경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의 계파 갈등으로 다시 비화할지 주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밤 “해당 문건에 대한 사실관계 여부를 파악해 위반 혐의 발견 시 검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준범 김남일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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