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둘째)과 이종걸 원내대표(오른쪽 둘째) 등 참석자들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부실채권 70억원 탕감(555명 구제), 돈(빚)보다 사람이 먼저다!’ 행사에 참석해 압류예정통고서를 불태우는 부실부채 탕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비공개 의총 판 깔리자 집단성토
강기정·전정희 등 억울함 호소
정세균 “시스템·당헌에 따라야지
이게 뭐하는 짓인가”
김종인 “과거에 만든 규정인데…”
강기정·전정희 등 억울함 호소
정세균 “시스템·당헌에 따라야지
이게 뭐하는 짓인가”
김종인 “과거에 만든 규정인데…”
현역의원 10명 컷오프(공천배제)와 전략공천을 통한 강기정 의원 ‘낙천’ 등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공천 칼바람’에 대해 26일 “시스템과 당헌당규에 근거해서 공천을 진행하라”는 내부 반발이 터져나왔다. 그동안 발표된 ‘공천 물갈이’ 방침을 재고하라는 요구다. ‘전권’을 행사해온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숨죽이던 의원들이 집단으로 목소리를 표출하는 모습이다.
이날 국회에서 2시간30분 남짓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는 최근 이뤄지고 있는 하위 20% 컷오프, 중진 50%·초재선 30% 정밀심사, 광주 2곳 전략공천 지역 선정 등 지도부의 공천 방침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부글부글 끓던 의원들이 의총이란 판이 깔리자 집단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한 것이다.
먼저, 공천에서 배제된 강기정, 유인태, 전정희 의원이 심경을 토로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렀다. 강기정 의원은 “나는 탈당하고 분당할 때 광주에서 당을 지킨 사람이다. 광주에서 지지가 높지 않은 문재인 전 대표를 모시고 일했다”고 말한 뒤, 감정이 북받쳐 발언을 중단했다고 한다. 전정희 의원은 억울함을 토로하는 도중에 울음을 터트렸다.
‘하위 20%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무적 판단을 왜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영주 의원은 “문희상 의원이 당에 얼마나 소중한 어른인데 왜 모욕을 주는 방식을 택했는지 모르겠다. 사과하고 공천배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성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은 “중진 50%, 초재선 30% 정밀심사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경 의원은 “비대위원이 와야 하는 것 아니냐. 한 명도 안 왔네”라며 지도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 의원은 “대구에는 선거를 나갈 사람도 없는데 홍의락 의원을 배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따졌다.
특히 강기정 의원의 경쟁력을 이유로 광주 북구갑 전략공천을 요청한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정세균 의원은 “총선기획단장한테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를 전략공천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당헌당규와 시스템에 따라 해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라고 비판했다. 최재성 의원은 “당헌당규에 전략공천을 어떤 경우에 할 수 있는지 6가지가 적시돼 있는데 강기정 지역은 해당이 안 된다”고 거들었다. 이원욱 의원은 강 의원의 공천배제가 문제가 있고, 지도부 중에 험지에 출마하는 사람이 없다는 취지의 ‘연판장’을 돌릴 것을 검토하다 취소하기도 했다. 강기정, 최재성, 이원욱 의원 모두 정세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다.
의총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정장선 단장은 “전략공천 지역 선정은 문제가 없다. 하위 20% 컷오프는 규정상 우리가 통보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취지로 이야기하다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의견을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하고 의총은 마무리됐다.
애초 하위 20% 컷오프에 부정적이던 김종인 대표는 “재량권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미 다 지나간 과거에 만든 것들인데 내가 어떻게…”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당헌당규로 만들어놓은 시스템 공천을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20% 컷오프 대상자 가운데 문희상, 전정희, 백군기, 김현 의원 등 4명이 이날 공천관리위에 이의신청을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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