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공천 배제)’의 칼에 찔린 유인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봉을·3선)은 담담했다. 그는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나는 본래 19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분란이 없었다면 조용히 (불출마를) 얘기하고 가려고 했다”며 “지난해 안철수 의원의 탈당 등 혼란이 극에 달했을 때 중진들이 모여 균형을 잡고 중재를 했다. 당에 그래도 ‘어른’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컷오프 소식을 들은 직후 바로 입장자료를 내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그는 ‘범친노’로 분류되는 자신이 공천에서 배제된다는 것 자체가 ‘컷오프는 비주류를 쳐내기 위한 것’이란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증명한다고 했다.
그는 “어제 컷오프 소식을 듣고 지역구 구의원들을 만났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어 오래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내 뒤를 이어 선거에 나오는 후보를 적극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에 강한 소신을 지닌 그는 국회를 떠나며 가장 아쉬운 점으로 선거구제 개혁을 이루지 못한 것을 꼽았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진적인 방안을 제시했는데도 여야가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선 양당제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구제 개혁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과 함께 컷오프 대상에 오른 5선의 문희상 의원(의정부갑)에 대해서도 당내에선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2014년 박영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이 리더십 위기에 처했을 때 비대위원장을 맡아 혼란을 수습했던 문 의원은 동료·후배 의원들을 다독이며 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왔다. 문 의원도 이날 밤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이 나한테 억울하거나 불쾌하게 하더라도 꼭 따랐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만 억울한 것은 억울하다”며 “비대위원장을 맡은 와중에도 국회 회의에는 꼭 참석해 출석률 98.5%가 나왔다. 의정활동을 어떻게 평가했다는 건지 난 모르겠다”며 평가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 의원은 주변 사람들과 상의해 26일 당의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탈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난 그럴 생각이 없다. 당을 만든 사람이 당을 먼저 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당에서 자르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