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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은수미 의원 기록 지켜주고 싶었다”

등록 2016-02-25 19:26수정 2016-02-25 22:32

박원석 정의당 의원(가운데)
박원석 정의당 의원(가운데)
최장 토론기록 양보한 박원석

“은 의원 안기부 고문피해 입어
필리버스터 취지 왜곡 우려도”
“내심 기록에 대한 욕심이 왜 없었겠나. 그래도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날 10시간 가까운 강행군을 소화했음에도 박원석 정의당 의원의 목소리는 생생했다. 그는 24일 낮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의 네번째 주자로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가 9시간29분 만인 밤 10시18분에 내려왔다. 앞선 토론 주자였던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최장 토론기록 경신을 불과 49분 남겨둔 상황이었다. “은수미 의원의 기록을 지켜주고 싶었다”는 게 동료 의원이 전한 그의 토론 중단 사유였다.

-준비한 자료도, 체력도 여유가 있었는데 결단을 내렸다고 들었다.

“신기록에 대한 욕심,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기록경쟁으로 가선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취지가 왜곡된다고 봤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단상에 올랐나?

“그렇다. 게다가 은수미 의원은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에서 고문 피해를 입은 분이다. 피해자의 기록으로 남았으면 했다.”

-기록 경신을 노렸던 다른 의원들한테 미안함 같은 건 없나?

“그래도 내 덕분에 뒤에 하시는 분들은 좀 편해진 것 아닌가?”

-정의당은 애초 1명이 반대토론하고 전원 퇴장할 계획이었는데.

“그때는 더민주가 필리버스터에 나설 것이란 확신이 없었다. 더민주 의총에서 마지막까지 설왕설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26일이든 29일이든 선거법과 테러방지법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올 텐데.

“무제한 감청 불허와 국회 정보위원회 상설화 같은 야당 수정 요구를 여당이 받아들이면 된다.”

-절충이 안 되면?

“회기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야지. 선거법 때문에 악법을 수용하자는 건 50일 앞 선거를 위해 수십년 지켜온 국민의 기본권을 후퇴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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