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이름 드러나 당내 술렁
당내서 사전에 명단 유포 논란
탈락 의원중 일부 탈당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돼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 10명.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희상(5선)·신계륜(4선)·유인태(3선)·노영민(3선)·송호창(초선)·전정희(초선) 의원, 비례대표 백군기·홍의락·김현·임수경 의원. 연합뉴스
마침내 ‘봉인’이 열렸다. 24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된 10명의 의원(탈당자·불출마자 제외)에게 공천심사 배제 방침을 통보하면서 총선 물갈이를 위한 제1야당의 ‘제살 도려내기’가 본격화했다. 더민주 공관위는 앞으로 3선 이상 다선 의원과 초·재선 의원들을 상대로 각각 2차 정밀심사에 나설 방침이어서 이번 1차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현역의원들의 미래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컷오프’ 사실을 통보받은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선 의원 일부는 담담하게 수용 의사를 밝힌 반면, 초선 의원들은 불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3선의 유인태 의원(서울 도봉을)은 입장자료를 내어 “평소 삶에서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해왔으나, 당이 탈당 등 어려운 일을 겪다보니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미뤄왔던 것이 오늘에 이른 것 같다. 선거구제 개혁과 개헌의 소임을 다 이루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초선인 김현 의원은 “(대리기사 폭행의혹 관련) 재판이 길어지면서 평가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무죄를 받아 상황 변화가 생겼으니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선인 전정희 의원(전북 익산을) 쪽 관계자도 “납득할 수 없다. 이의신청을 하러 서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가 당사자에게 통보되기 전부터 당내에선 탈락 예상자의 이름이 적힌 명단이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 유통됐고, 이 가운데 일부 의원은 실제 탈락자에 포함됐다. 당 관계자는 “명단이 유출된 게 아니라 의원회관 주변에서 당 내부 평판 등에 근거해 작성한 것 아니겠나. 상당수가 적중한 것을 보면 당내 평판이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평가위원회가 공개한 기준을 보면, 배점 기준이 지역구 의원은 △의정활동·공약이행 35% △여론조사 35% △선거기여도 10% △지역활동 10% △다면평가 10%였다. 비례대표 의원은 △의정활동 70% △다면평가 30% 순이었다.
애초 당은 지난해 11월18일을 기준으로 평가 대상자 127명(지역구 106명, 비례 21명)의 20%인 하위 25명을 추려 공천심사 배제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불출마자와 탈당자를 제외한 10명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 탈당자 중에는 더민주 내 탈락자 10명과 불출마자 3명(문재인·김성곤·최재성)을 제외한 12명이 하위 20%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탈락을 통보받은 의원 가운데 일부는 평가 결과에 반발해 탈당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과 호남의 지역구 의원 가운데 출마를 위해 탈당하는 의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후보자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인사는 당을 떠나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3명의 현역의원 확보가 절실한 국민의당은 탈락 의원을 상대로 영입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국민의당 일각에선 “패권주의에 희생돼 컷오프되는 현역의원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정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컷오프 결과를 보니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다. 이런 식의 평가와 잘라내기가 정당정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지 강한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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