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드릴 수 없어” 애매한 답변
당선되면 비례로만 5선 진기록
당선되면 비례로만 5선 진기록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자신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22일 당 비대위 회의 직후 ‘당에서 오는 4월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해달라는 요구가 구체화되면 응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무엇을 ‘하겠다, 안 하겠다’ 이런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출마설을 여러차례 부인해온 김 대표가 비례대표 출마를 현실화 할 경우 당 안팎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가 더민주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되면 11·12대(민정당), 14대(민자당), 17대(민주당)에 이어 비례대표로만 여야를 오가며 5선을 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단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을 두고 당내에선 해석이 구구했다. 공천 과정과 총선 지휘 등에서 당 대표로서 ‘영(領)’을 세우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란 분석과 함께 실제 비례대표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달 하순 더민주 선대위원장 취임 직후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비례대표도 4번이나 해봤는데, 현재로선 국회의원을 해야 되겠다는 뜻은 별로 갖고 있지 않다. 총선 뒤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나는)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면 그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엔 김 대표의 출마가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김 대표의 경륜·자질 등을 따져볼 때, 야권에서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다. 임시로 당대표 한번 맡고 떠나보내기엔 아까운 분”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근 그룹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측근인사는 “불출마 의사를 번복한 게 아니다. 50일 뒤면 당을 나갈 사람이란 인식이 굳어지면 대표의 영이 설 수 있겠나. 전략적으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모호한 톤으로 기조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의원과 당직자들이 숨을 죽이고 있지만, 정체성 논란에 이어 공천 물갈이 국면이 펼쳐지면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란 것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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