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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김종인 영입한 문재인 ‘중도선점’ 경쟁 승부수

등록 2016-01-14 19:43수정 2016-01-15 10:18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선거대책위 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 체제 조기 출범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문 대표는 “통합에 도움이 되는 시점에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선거대책위 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 체제 조기 출범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문 대표는 “통합에 도움이 되는 시점에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더민주 김종인 선대위원장으로

전북 연고…호남민심 다독이기도
안철수·박영선 탈당고민 때
“탈당 말아야” 강력 조언
박 주저앉히기 부수효과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총선을 진두지휘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 카드’를 꺼내든 데엔 지역과 전문성, 당내 상황에 대한 고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중도보수 성향의 김 전 수석은 2012년 총선 직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발탁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기초했다. 전북 순창 출신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손자라는 점에서 ‘범호남권’ 인사로도 분류되기도 한다. 문 대표로선 ‘중도’로의 외연 확장과 호남 민심을 다독이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문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영입 배경 역시 “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또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김종인 박사의 지혜와 연륜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1987년 헌법개정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엔 당의 보수 경제전문가들과 충돌을 감수하며 재벌기업의 신규순환출자 금지 등의 공약을 입안했다.

김 전 수석이 한때 안철수 의원의 ‘멘토’ 역할을 했던 중도 성향 인사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운동권 정당’ 이미지를 완화하고, 안철수 신당과의 ‘중도 선점’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김 전 수석은 지난달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자문을 구했을 때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야권이 강화돼야 한다. 섣불리 탈당하지 말고 문 대표와 잘 협력하라’고 조언했으나 안 의원이 곧 탈당을 결행하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당설이 나도는 박영선 의원과 김 전 수석의 각별한 관계도 영입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김 전 수석은 박 의원이 <문화방송> 경제부장을 하던 때부터 막역한 사이를 유지해왔다. 정계에 들어온 박 의원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자신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 때 김 전 수석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수석은 박 의원의 정치 진로와 관련한 자문에도 적극 응해왔다고 한다. 박 의원의 한 측근은 “탈당설이 돌 때도 김 전 수석이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남아 있으라’고 거듭 설득한 것으로 안다. 박 의원이 김 전 수석의 말은 경청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박 전 의원 쪽은 문재인 대표의 김종인 전 수석 영입이 ‘박영선 주저앉히기’를 노린 다목적 포석으로 보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호남, 특히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인선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이 호남민심 이반의 진앙지인 광주·전남과의 지역적 연계는 약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박영선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추가로 인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 대표 쪽 관계자는 “박영선 의원도 여전히 유력카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인물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선거를 치르려는 데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당 관계자는 “2014년 박영선 당시 비대위원장이 김 전 수석과 성향·이력이 겹치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영입하려 할 때 극렬하게 반대하지 않았나. 당의 사정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지지자들이 과연 흔쾌히 수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인 누구?
전두환·노태우·안철수·박근혜 오간 ‘재벌개혁론자’

김종인(76)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최근 몇년 동안 ‘핫’한 인사로 꼽혀왔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김 전 수석은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으며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 신설을 주도하며 대표적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정치세력과 번갈아가며 손을 잡았다. 전두환 정권 출범 직후인 1981년 민주정의당(민정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12대(민정당), 14대(민주자유당) 의원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93년 안영모 동화은행장에게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의원직을 잃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영입 제안을 받아 비례대표로 4선에 성공했다.

대중의 관심을 모으게 된 건, 2010~2011년엔 ‘청춘콘서트’를 열며 전국을 누비던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의 ‘멘토’로 활약하면서다. 김 전 수석은 청춘콘서트에 게스트로 종종 출연했고, 안 교수는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김 전 수석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1년 말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 제안을 받아 새누리당에 합류했다. 이듬해 대선에선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아 박근혜표 경제 공약을 만들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 첫해부터 경제민주화·복지 공약을 폐기해 나가자 2013년 말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아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이후엔 박근혜 정부에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고 선거 때 박 대통령을 도왔던 일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너무 과욕을 부렸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당 사람이 돌고 돌아 우리에게 왔다. 이쪽(개혁) 진영에 인물이 그만큼 없다는 말”이라며 씁쓸해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관련 영상] 인재영입, 더민주가 더 잘한다 /더 정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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