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의화 의장, 청와대 직권상정 압박 거듭 거부
“안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못해
의원 밥그릇 표현 아주 저속” 비판
“안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못해
의원 밥그릇 표현 아주 저속” 비판
정의화 국회의장이 노동 5법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 ‘대통령 관심 법안’의 직권상정 처리를 연일 몰아세우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초법적 발상을 행하면 나라에 더 (큰) 혼란이 온다”고 비판했다. 전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관련) 선거법만 먼저 (상정)한다는 것은 국회의원들 밥그릇에만 관심있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표현이) 아주 저속할 뿐만 아니라 합당하지 않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의장은 16일 국회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법 85조에는 의장이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간 지정을 할 수 있는 경우가 3가지 있는데, 그중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가 있다”며 “(현재) 경제 상황을 그렇게(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 저는 동의할 수가 없다. 여러 법률 전문가 의견도 그렇다”고 말했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에선 청와대와 인식을 같이하지만, 법적으로 국가비상사태라 규정하는 데 대해선 동의할 수 없으며, 따라서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 의장은 이어 “정치적으로 (법안 직권상정이라는) 무리한 초법적인 발상을 할 수는 있지만, 의장 입장에선 초법적 발상을 행하면 오히려 나라에 더 혼란을 가져오고 경제를 나쁘게 할 수 있는 반작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어제 청와대 메신저(현기환 수석)가 왔길래 ‘제가 그렇게(직권상정)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봐달라’고 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제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직권상정을) 못하는 것이라는 점을 꼭 알아주시라”고 여론에 직접 호소했다.
정 의장은 입법시한(12월31일)을 앞두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은 직권상정할 수 있다는 ‘분리 대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의장은 “12월말 입법 비상사태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되면 여야가 함께 동의할 수 있는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행법상 (지역구) 246석 대 비례대표 54석은 지난 13년간 이어져온 여야의 합의 내용이다. 결국 그것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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