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14일 낮 탈당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주공10단지 아파트 노인정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안철수 탈당 이후
새정치 내용은 여전히 모호
‘혁신’도 공허한 거대담론 그쳐
“스티브 잡스도 애플서 쫓겨나”
탈당 아닌 쫓겨난 점 강조
새정치 내용은 여전히 모호
‘혁신’도 공허한 거대담론 그쳐
“스티브 잡스도 애플서 쫓겨나”
탈당 아닌 쫓겨난 점 강조
“처음 정치를 시작하며 약속했던 ‘새로운 정치’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됩니다.”
탈당 선언 다음날인 14일 안철수 의원의 첫 행보는 서울 노원 지역구 경로당 방문이었다. “노원에 출마했을 때 했던 ‘새정치’ 약속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취지였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계는 팩스로 제출한 뒤였다. 안 의원은 삼계탕을 먹는 노인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더”, “제대로” 등의 부사가 연신 붙었다.
기자들에게도 같은 포부를 밝히곤 자리를 뜨려다, 잊은 말이 있는지 발길을 멈췄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사를 창업했는데요.” 잡스 얘기였다. “그 당시 존 스컬리 대표한테 쫓겨났다. 그다음은 스티브 잡스 몫인 거죠. 그다음 결과들은.” 자신이 지난해 3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공동창업주였으며, 탈당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쫓겨난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독자적으로 성공신화를 썼듯 안 의원이 탈당 선언에서 밝힌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화”를 이뤄내겠다는 다짐도 담겼다.
안 의원은 ‘새정치’의 원점에 다시 섰다. ‘새정치론’은 2012년 대선 출마 선언 당시 내세운 뒤 지난 3년간 그가 구축한 대표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콘텐츠의 모호함,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굴레이기도 하다. 2013년 11월 독자 세력인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과 2014년 3월 민주당과의 통합, 지난 13일 탈당 선언까지 그는 끊임없이 새정치와 혁신을 주창했지만 여전히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 기존 세력과의 갈등만 표출돼 유권자들에게는 와닿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2012년 대선 당시), 양당 기득권 구조 해체(2013년 무소속으로 신당 추진 때), 지방선거 무공천(2014년 민주당 합당 때) 등을 제시했지만 정치개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거대 담론이나 ‘구호성’ 대안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그나마 최근 △부패혐의 유죄판결, 재판 계류 당원의 당원권 정지, 공직후보 배제 △윤리심판원 전면 재구성 △19대 총선 및 18대 대선 평가보고서 공개 검증 등 ‘디테일’을 담은 10대 혁신안을 들고나왔지만 주류 세력과의 기득권 다툼으로만 비친 채 제대로 실천되지 못했다. 문 대표 쪽은 지난 4일에야 혁신안을 당헌 당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10일에야 한명숙 전 대표 등 ‘친노’ 세력에 대한 정리를 단행했다. 탈당 선언을 하기 불과 사흘 전이다. 문 대표와의 갈등이 막판 극단으로 치달을 때 혁신 전당대회만 고집한 것도 ‘원칙주의’보다는 ‘발목잡기’로 비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권의 한 의원은 “안 의원이 혁신 전대를 주장하는 한편 문 대표 쪽은 통합 전대를 주장했는데 전혀 접합점이 없는 게 아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업가’ 출신인 그에겐 특히 경제 분야의 강점이 예상됐지만 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공정성장론을 담론으로 들고나왔지만 ‘총론’ 수준에 그쳤다. 당장 누리과정 예산 2조1000억원을 두고 다투는 새정치연합 원내 지도층이나, ‘일자리 70만개’, ‘하루 수출 40억원 창출’ 등 디테일을 내세워 법안, 비준안 통과 명분을 쌓는 새누리당에 비춰볼 때 그의 담론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에 다소 불리했다. 공정성장론은 향후 구체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동반성장론’을 주창한 정운찬 전 총리와의 최근 회동에 대해 얘기하며 “공정성장론에 어느 정도 큰 틀을 잡고 나서 발전할 수 있는 길들을 모색중인데, 공정성장론과 동반성장이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15일 안 의원은 부산을 방문하고, 17일에는 광주를 찾는다. 전날 밝힌 ‘정권교체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한 모든 일’과 관련해 그는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우선은 국민들 말씀부터 듣겠다”고 말했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논쟁이 반복되기 전에 그는 콘텐츠를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 상황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현역 의원으로는 송호창 의원 1명과 함께 당에 들어갔던 그는 우호세력을 크게 구축하지 못한 채 사실상 빈손으로 나왔다. 물론 천정배 신당과의 규합 여부 등 변수가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낮 항공편으로 부산에 내려와 직접 차량을 운전해 어머니 집에 도착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틀간 정국구상을 한 뒤 16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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