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표류
15일부터 시작…선거운동 가능
중복 허용 안돼 일부는 미룰 듯
여야 ‘비례성 보완’ 이견 못좁혀
협상 해 넘기면 모든 등록 무효
손해배상 등 소송 잇따를 수도
15일부터 시작…선거운동 가능
중복 허용 안돼 일부는 미룰 듯
여야 ‘비례성 보완’ 이견 못좁혀
협상 해 넘기면 모든 등록 무효
손해배상 등 소송 잇따를 수도
“명함은 최소로 찍고 있어요. 현수막은 (선거구가 획정되면) 청테이프로 (지역구 이름을) 고쳐서 써야죠. 나중에 다 새로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요.”
20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등록 하루 전날인 14일, 부산 해운대 지역에 도전장을 낸 새누리당 소속 한 정치 신인은 “불안하고 화도 나지만 일단은 내일(15일)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하니 현행 지역구인 해운대·기장갑에 등록하려고 준비중”이라고 했다. 현행 2곳인 해운대기장갑·을은 인구 증가로 선거구가 3곳으로 쪼개져야 하지만, 아직도 새로운 선거구는 안갯속이다. 그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내년 1월 말까지는 미루지 않겠냐’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지역구도 모르고 등록하려니 속상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선거구 통폐합 또는 분구 대상인 지역구에 출마를 원하는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이 자신의 정확한 선거구도 알지 못한 채 출사표부터 던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묻지마’ 예비후보 등록 사태는 충분히 예상됐다.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지역구 의석을 7석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7석 줄인다’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전제조건인 ‘비례성 보완’ 방식에 대한 첨예한 의견 차이로 ‘예비후보 등록일’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치 신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얼굴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당장 기존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등록 자체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분구 가능성이 높은 서울 강남에서 출마를 준비해온 새누리당 비례대표 류지영 의원은 “(기존 선거구인) 강남갑과 강남을 두 곳에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도 없고 해서, 선거구 획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한다”고 했다.
여야 협상이 해를 넘기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정치 신인들은 그나마 ‘반쪽 선거운동’도 할 수 없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입법시한인 12월31일이 지나면 기존 선거구가 사라지고 예비후보자 신분도 모두 상실되는 탓이다. 12월31일 이전에 등록한 예비후보자는 즉각 ‘등록 무효’가 되며 기탁금도 반환된다. 1월1일 이후에는 선거구가 재획정될 때까지 예비후보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연히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도 일절 금지된다.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소가 폐쇄되고 명함과 홍보물을 나눠주는 행위도 불법이 된다. 예비후보자의 후원회도 해산된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 활동과 지역구 활동을 병행하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있어, 현역 의원과 기타 예비후보자 간 불공정 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경우 선거운동을 강제로 금지당한 예비후보들은 선거가 끝난 뒤 각 정당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행정소송인 선거무효 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 통폐합 대상 지역인 서울 중구의 지상욱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손해배상 등 법적 다툼의 개연성이 있을 수 있다. 후유증이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선거구가 사라지면) 그게 입법 비상사태가 될 수 있다. 그때에는 의장이 액션을 할 수 있다”고 ‘특단의 조치’를 다시 언급했다. 정 의장은 16일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여야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시하며 ‘획정안을 만들어오라’고 지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획정안을 놓고서도 여야가 최종 협상에 미적댈 경우 정 의장은 연내 심사기일을 지정해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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