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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볼썽사나운 자중지란…당내 “서로들 해도 너무한다” 탄식

등록 2015-12-10 21:46수정 2015-12-10 22:34

새정치 흙탕싸움 점입가경

쟁점법안 여야 대치상황서
주류-비주류 ‘강 대 강’ 대결
최재천 정책위의장 사표
주류쪽 인신공격이 결정적
문 대표 즉각 수리도 시선 싸늘
권력투쟁 갈수록 태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현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당이 깨지는 파국을 막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안팎의 중재 노력에도,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주류 당권파와 문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비주류 강경파의 갈등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대치가 한창인 10일엔 대여 협상의 한 축인 정책위의장이 당대표 퇴진을 압박하며 사퇴를 선언하고, 문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표를 수리하는 모습마저 연출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의 분열과 혼돈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정치적 결단에 대한 강력한 재촉의 의미로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겠다”며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문 대표를 겨냥한 퇴진 압박이었다.

당내엔 이미 문 대표가 2선 후퇴를 거부할 경우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이종걸 원내대표 당무 거부→비주류 당직자 총사퇴’로 이어지는 비주류의 단계적 시나리오가 나돌던 터여서 비주류 핵심인 최 의장의 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비주류 내부에서도 연말 임시국회를 앞둔 시점에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가 만만찮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 의장이 사퇴를 결행한 데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나온 주류 쪽 의원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전날 의총에서 강기정 의원은 “정무직 당직자들이 당의 신용카드를 쓰면서 당을 흔들어선 안 된다”며 최고위원회에 이틀 연속 불참한 최 의장을 몰아세운 바 있다.

문재인 대표는 최 의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 사퇴가 도리다. 당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당무를 거부할 경우 당대표의 권한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했던 자신의 경고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당내에선 ‘서로들 해도 너무한다’는 탄식이 나왔다. 중립 성향의 핵심 당직자는 “당의 중역인 정책위의장이 당대표 물러나라며 사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문 대표도 당 중역이 사퇴하겠다면 한번쯤 불러 만류라도 했어야 하는데 너무 협량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임시국회를 앞두고 정책 조율과 원내 전략에 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다 내려놓으면 누가 일할지 참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주류의 당직 사퇴가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비주류이면서 최 의장과 가까운 정성호 민생본부장은 “지지자와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나는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호남 비주류인 김영록 수석대변인과 이윤석 조직본부장도 사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를 두고도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다. 전날 의총에서 “최고위에만 나가지 않을 뿐 당무 거부는 아니다”라고 한 이 원내대표를 두고 한 초선의원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궤변과 무엇이 다른가. 이 원내대표는 탄핵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는 문 대표에 대해서도 의원들 시선이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변의 강성 참모 그룹과 당 밖 열성 지지자들의 ‘말폭탄’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문 대표는 ‘차라리 갈라서라’는 열성 지지자들의 극단 발언이 아니라, ‘이대로는 문(재인)도, 안(철수)도, 당도 공멸’이라는 의원들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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