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연계’ 앞세워 야당 압박
관광진흥법 등 경제법안 풀어
평소엔 폐기 주장 ‘이중적 태도’
관광진흥법 등 경제법안 풀어
평소엔 폐기 주장 ‘이중적 태도’
“이 정도면 우리가 줄기차게 요구한 경제활성화 법안이 다 잘됐다. 속이 후련하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활성화 법안 3개 법안 중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관광진흥법 등 2개는 확실히 풀었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가닥이 잡혔다”며 전날 여야 ‘심야 협상’ 결과에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원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정부도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도 “우린 최선을 다했다. 정말 열과 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야당과의 협상에서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다. 새누리당은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법안 처리를 안 해주면 내년 예산안을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여야가 12월2일까지 새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편성한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규정한 국회법 조항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여당이 예산으로 야당을 압박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지만, 새누리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예산안 연계’ 전략으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등을 통해 처리를 촉구한 ‘3대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관광진흥법 등 2개 법안을 야당이 요구한 모자모건법 등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또한 야당의 반대로 10년 넘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테러방지법과 보수 진영이 강하게 요구해온 북한인권법을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합의 처리’ 하기로 하는 조항도 합의문에 끼워넣었다. ‘상임위원회 합의’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야당을 몰아세울 근거가 생긴 것이다. 심지어 협상 막판에 야당이 상임위원회 심사조차 꺼리던 기간제법·파견제법을 포함한 ‘노동 5법’에 대한 논의도 ‘즉시 시작’하기로 하는 성과도 만들어냈다.
새누리당은 평소 다수의 횡포와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을 ‘국회식물화법’, ‘소수독재법’이라며 비난하다가도, 예산안 심사 때만 되면 이 법을 앞세우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왔다.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폐기를 주장하는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지난 1월에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하는 등 국회선진화법 무력화에 당력을 집중해왔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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