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호남 의원들이 최근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반대하는 성명을 지역 의원단 명의로 내려다 내부 이견으로 보류했다.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주승용 최고위원과 전남·북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유성엽 의원 등 호남 의원 20여명은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모임을 열어 최근 당내 정치 상황과 관련한 지역 의원들의 입장을 발표하려 했지만, 참석자 일부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었다. 주 최고위원 등이 주도한 성명 초안에는 문안박 연대를 ‘영남 연대’로 규정하고, 당 내분과 지지도 하락에 대해 문재인 대표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 “당내 통합에 도움이 안 된다”는 참석자 일부의 반발로 성명 채택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초선의원은 “김동철 의원의 국토교통위원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주승용 최고위원이 밥을 산다고 해 참석했더니 이상한 논의들을 하고 있더라. 선배 의원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이날 모임에선 성명에 대한 찬반이 ‘7 대 3’ 정도로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다선의원은 “호남 상황이 엄중하고 문재인 지도부의 행태에 문제가 많다는 점엔 대부분 공감했지만,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선 생각이 달랐다. 젊은 의원들에게선 ‘자꾸 이러니 호남이 기득권 세력으로 몰리는 것’이란 위기의식도 엿보이더라”고 말했다. 참석 의원들은 회동이 끝난 뒤 “주승용 최고위원이 성명 문구를 손질해 27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정된 성명 초안은 문안박 연대와 관련해 ‘반대한다’가 아니라 ‘미흡하다’는 선으로 비판 수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