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입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된다”며 새누리당이 제출한 노동법안의 국회 처리를 주문한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를 듣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앞줄 왼쪽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노동개혁’ 관련 법률 개정안을 두고 국회가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들어갔다.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의 의견 차이가 워낙 큰데다 ‘9·15 노사정 합의’에 따라 비정규직법을 논의해온 노사정위원회도 단일 안을 내는 데 실패함에 따라 향후 국회를 중심으로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새누리당이 제출한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노동법 개정안 5개를 상정하고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변화한 노동시장에 대처하려면 관련 법안 통과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관련 개정안이 전경련 등 재계의 요구만을 반영한 것에 불과해 불안정 노동을 대폭 확대시킬 것”이라고 맞섰다.
핵심 쟁점은 35~54살 기간제 노동자가 원할 경우 현행 2년인 기간제한을 2년 더 연장해 최대 4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누리당의 ‘기간제법’ 개정안이다. 기간제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2년제 원칙을 유지하되 35살 이상 근로자는 본인이 희망할 경우 예외적으로 더 오래 일하도록 해, 단기 계약을 반복 갱신하는 행위가 개선되고 고용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건 평생 비정규직을 만드는 법”이라며 “기업들은 2년 고용 뒤 정규직 전환이라는 부담이 있었는데 법이 개정되면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필요도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사유를 현행법보다 더 제한하는 개정안을 낸 상태다.
고소득 전문직과 55살 이상 노동자, 금형·주조·용접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는 파견을 전면 허용하자는 새누리당의 ‘파견법’ 개정안도 논란거리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에선 해고를 마음대로 못 하니 들어오지 않겠다는 외국인 투자기업이 많다. 해고를 마음대로 하는 제도로 바꿀 수는 없지만 여러 (고용)유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년 미만 단기 근속자 비율이 16.5%인데 우리나라는 35.5%다. 고용유연성이 지나치다. 그런데도 파견을 확대하고 기간제 기간을 연장해선 안 된다”고 짚었다.
여야는 18일부터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세부 내용 논의에 들어간다. 지난 9월 노사정 합의 이후 비정규직법 관련 논의를 해온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는 노사정 사이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7일 각자의 의견을 국회 환노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특위는 비정규직 실태조사 방법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쉬운 해고, 맘대로 취업규칙 변경, 전 국민을 비정규직 만드는 개악안 논의까지,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은 온통 노동자 죽이기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며 12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종휘 이경미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