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팻말을 노트북에 붙인 채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야당 출입 겨우 2주차. 오자마자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국정교과서라는 거대한 이슈. 야당의 대응은? 무려 2년차 ‘야당 말진’인 후배 이승준(느님) 기자와 함께 취재해봤다.
# 8 : 30 am, 국회의사당 2층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
비공개 최고위 회의가 열렸다. 새정치연합 당직자들은 회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어떤 ‘액션’을 취하게 될지, 이 자리에서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이다. ‘보이콧’ 의견은 없었다. 의회 안에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의사표시는 해야 했다.
이 비공개 회의에서 다뤄진 건 의외로 ‘디테일’이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손팻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회의장에 있는 개별 모니터에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음 문제는 문구였다. 민병두 의원은 민생 관련 문구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종환 의원은 국정교과서 반대 문구를 제안했다. 정청래 의원도 ‘국정교과서 반대’를 넣자 했다. 두 종류 문구를 같이 붙이기로 했다.
“그런데 이걸 뭐로 붙이나….”
붙이는 방법도 문제였다. 테이프를 들고 들어가야 하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양면 테이프로 하면 된다”는 한 당직자의 아이디어에 상황이 정리됐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 9 : 00 am, 새정치연합 원내 의사국 & 의총 회의장
회의가 끝나자마자 두 개의 문구가 당직자들에게 전달됐다.(국회 건물 안에는 이들의 사무실이 있다.) 당직자들은 서둘러 ‘민생우선’, ‘국정교과서 반대’ 인쇄물을 뽑았다. 의석수만큼, 128장이었다. 9시에는 국회 3층 예결위 회의장에서 새정치연합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었다. 여기로 가져갔다.
의총에서는 국정교과서 강행과 비공개 TF 운영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의 티에프 사무실 방문을 두고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화적떼”라고 말하는 등 강하게 비난한 데 대해 이종걸 대표는 “막말과 저질의 극치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응전술, 결정에 있어서 서로 뜻을 나누고 또 보수 어버이연합 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도 말했다. 전면 보이콧 등은 배제하겠다는 의미였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도중 나오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이 시각 의총장 밖에서 당직자들은 양면테이프를 일일이 잘랐다. 인쇄물마다 붙여, 봉투에 넣었다. 의원들에게 나눠줬다. 둘 중 어느 문구가 붙여질지는 ‘랜덤’이었다.
# 9 : 55 am, 국회 본회의장
의총을 마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우르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10시, 시정연설 시작 직전이었다. 한 손에는 봉투가 들려 있었다. 봉투에서 인쇄물을 꺼낸 의원들은 모니터 앞에 하나 둘 붙이기 시작했다. 한 의원은 “쓱 둘러보니, 한 두명은 안 붙였다”고 전했다. 한 명은 조경태 의원이었다.
“합리적 의회주의를 지향한다”는 이종걸 대표의 시정연설 대응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성공적?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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