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김상곤 위원장(왼쪽 다섯째)과 위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마지막 11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혁신위원회는 이날로 활동을 마쳤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부산 출마…
안철수·김한길·정세균 열세지역으로”
하급심 유죄 판결 땐 공천 배제
문재인 “숙고하겠다” 수용 뜻
안철수 등 비주류는 냉소적
안철수·김한길·정세균 열세지역으로”
하급심 유죄 판결 땐 공천 배제
문재인 “숙고하겠다” 수용 뜻
안철수 등 비주류는 냉소적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3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문재인 대표의 부산 출마와 안철수·김한길·정세균 등 전직 당 대표들의 열세 지역 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혁신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계파주의와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선 당의 책임 있는 분들의 백의종군·선당후사가 필요하다”며 전·현직 당 대표의 ‘자기희생’을 요구했다.
혁신위는 또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 전이라도 공천에서 배제하고, 탈당자와 신당 합류 인사들에 대해선 어떤 형태의 복당도 허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은 박지원 의원 등과 신당 창당을 위해 탈당한 천정배 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는 이번 혁신위의 요구안은 당무위·중앙위 의결을 거쳐 당헌·당규에 반영된 ‘혁신안’과 달리 ‘정치적 권고사항’에 가까워 제도적 강제력은 없지만, 거명된 당사자들에겐 적잖은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당사자들도 강하게 반발해 새정치연합은 향후 ‘혁신위발 후폭풍’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혁신위는 이런 주문이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제도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고강도 인적 혁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문재인 대표 등 주류 쪽은 “숙고하겠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힌 반면, 비주류 쪽은 “정치적인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초·재선 그룹 일각에선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략적으로 성급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혁신위는 애초 ‘혁신안 실천 뒤 문재인 대표 2선 후퇴’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열세 지역 출마도 요구안에 포함시켰지만, 당내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혁신위 안팎의 강한 만류로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신당 참여자 복당 불허 포함
더많은 인적쇄신 명분 쌓기 분석
‘이기는 총선 전략’ 인지 의문도
권고사항에 가까워 강제력 없어
■ 전·현직 지도부 ‘백의종군’
혁신위가 전·현직 지도부의 ‘자기희생’을 요구한 것은 ‘중진 용퇴론’이나 ‘86그룹 하방론’ 등 ‘더 많은’ 인적 쇄신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핵심 당직자는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을 때 ‘왜 야당은 저런 쇼도 못 하느냐’는 비판이 있지 않았느냐”며 “우리가 달라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의 희생이 필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위의 요구가 과연 ‘이기는 총선 전략’인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열세지역 출마 등은 당사자의 자발적 결단으로 이뤄질 때 정치적 효과가 가장 큰데, 혁신위가 등을 떠미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선택 폭을 좁혀놨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의 ‘선의’와 무관하게 총선을 7개월이나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런 요구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혁신위의 행동이 적절했냐로 논쟁을 할 만큼 당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비주류 쪽은 “원칙도 감동도 없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의 위기가 초래된 근본 원인인 당내 패권주의에 대해선 언급이 없고, 자기들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미래의 공천 문제들만 다 열거하고 말았다. 혁신위의 ‘자기 장사용’일뿐더러 구속력도 없다”고 말했다.
■ 하급심 유죄판결 사실상 공천 배제
이날 당무위원회에서 통과돼 당규로 확정된 혁신안은 검찰에 기소만 당해도 공천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고, 하급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경우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무위는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성범죄, 개인비리 등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경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정밀심사를 받도록 당규를 개정했다. 정밀심사를 통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입법로비 혐의로 기소된 신계륜·신학용 의원 등은 정밀심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혁신위는 정치 탄압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판결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직후보자검증위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의 위원들이 찬성할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도록 한다는 예외조항을 뒀지만, 당 안팎에선 ‘선의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검찰에 우리 당의 공천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 또한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알선수재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혁신위 기준대로라면 공천 배제 대상이다.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표는 당무위 모두발언에서 “예외 조항을 잘 활용해 억울한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여야의 ‘혁신 공천 경쟁’이 본격화하면 구제가 쉽지 않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 탈당·신당 참여자 복당 불허
탈당자와 신당 참여 인사에 대해 ‘관용 없는 결단’을 요구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혁신위는 “탈당·신당은 최대의 해당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이나 합류를 선언한 사람은 당적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어떠한 형태의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분당·합당 과정에서 탈당자들의 복당을 허용했던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당 세력의 확장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내 ‘친천정배 그룹’의 ‘통합 전당대회론’에 쐐기를 박겠다는 이중의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혁신위의 이런 요구는 총선을 전후해 신당 세력과의 ‘당 대 당’ 통합이 이뤄질 경우 혁신안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가 회견문에서 “연대와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혁신안과 혁신의 정신은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혁신위가 당내 분열을 조장했다며 ‘강력한 조처’를 요구한 조경태 의원에 대해 이날 당 윤리심판원은 ‘징계 필요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세영 이정애 이승준 기자 monad@hani.co.kr
더많은 인적쇄신 명분 쌓기 분석
‘이기는 총선 전략’ 인지 의문도
권고사항에 가까워 강제력 없어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 주요 요구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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