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과 막말 파문으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당무를 거부했던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왼쪽)이 24일 오전 108일만에 당무에 복귀해 문재인 대표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 5월 ‘정청래 공갈 막말’ 파문 직후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당무를 거부해 온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4일 최고위원회에 복귀했다. 사퇴선언 108일만이다. ‘당의 혁신과 승리를 위한 선당후사의 결단’임을 강조했지만, 당의 총선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미래와 비주류의 집단적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선택이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개인적 고민이 많았지만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와 동료 의원, 당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선당후사(先黨後私)하기로 결심했다”며 “최고위원으로서 당의 혁신을 위해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는 “열심히 혁신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주 최고위원의 복귀를 계기로 더 단합하고 혁신해 국민·당원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화답했다.
주 최고위원의 이날 복귀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는 최근 김한길 전 당대표와 만나고, 전남지역 의원 등 당내 비주류 그룹들과 잇달아 회동한 뒤 “숙고해보겠다”며 복귀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도 최고위 정상화와 리더십 회복을 위해 최근 주 최고위원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며 복귀를 거듭 요청해왔다.
주 최고위원의 복귀가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고질적 계파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당 주류 일각에선 주 최고위원의 선택을 두고 “전략공천과 공천관리위원회 등에서 계파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당 비주류 쪽이 다음달 혁신위의 공천 혁신안 발표를 계기로 본격화할지 모를 ‘물갈이 국면’에서 주 최고위원에게 일정한 역할을 주문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이 4월 재보선 패배 뒤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과 당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혁신위 활동을 에둘러 비판했던 그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활동에 대해) 사사건건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지막에 보완할 게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